다큐멘터리 미니멀리즘 (Minimalism : A Documentary About the Important Things) 포스터 ⓒ 뉴스1 |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상강(霜降·24일)까지 며칠 남지 않은 주말, 벌써 겨울철 같은 추위가 찾아왔다. 바람까지 불면서 몸이 시리다. 옷장에 넣어뒀던 코트나 파카를 꺼낼 때가 된 것 같다.
평소 유행을 타지 않는 옷을 좋아해서 그런지 오래 입은 옷들이 많다. 특히 값이 나가는 겨울옷은 더 그렇다. 그럼에도 겨울철이 되면 이런저런 의류회사에서 제시하는 유행이나 신제품, 이를 광고·홍보하려는 마케팅에는 눈이 간다. 돈도 없고 해서 신경을 딱 끊으려다 생각난 영화는 맷 디아벨라 감독의 다큐멘터리 ‘미니멀리즘,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조슈아 필즈 밀번과 라이언 니커디머스 두 미국 청년이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가지는 이른바 ‘맥시멀리즘’에서 점차 간소화하고 단출해지는 삶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갔다.
(다큐멘터리 촬영 당시인 2010년대) 억대 연봉자였던 조슈아는 “금욕주의자나 (첨단 기술을 반대하는) 러다이트가 아니다”면서 집과 차, TV, 인터넷과 거리를 둔 삶을 실천했다. 지속해서 사용하거나 입지 않는 물건이나 옷을 처분했고, 당장 필요가 없거나 오래 사용하지 않을 것 같은 제품들의 구입을 중단했다.
그들의 삶은 곧 구매를 통해 존재를 증명하는데 지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줬고, 전세계적인 ‘미니멀리즘’ 열풍에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미니멀리즘은 기후변화와도 직간접적으로 연결됐다. 미니멀리스트가 환경주의자가 되거나, 환경주의자나 환경운동가들이 미니멀리즘의 긍정적 효과를 인정하며 홍보하고 나선 것이다. 옷이 6벌, 양말은 한 켤레밖에 없다는 국내 대표 미니멀리스트 ‘미니멀유목민’ 박건우 작가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강요되지 않는 방식으로 미니멀리즘과 환경 운동 등을 강요하지 않는 방식으로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니멀리스트와 환경운동가의 결합은 예견된 것이었다. 불필요한 구매와 소비를 줄이는 미니멀리스트는 더 적은 자원을 사용하며, 더 적은 에너지를 소비하도록 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자연스레 줄이는 효과를 가지기 때문이다. 물건을 오랫동안 사용하고, 다용도로 활용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폐기물을 줄이고, 폐기물 처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 또한 감소한다.
차나 오토바이 등 이동수단을 줄이거나 사실상 도시 내 ‘유일한 무탄소 이동수단’인 자전거로 전환은 교통량 완화와 온실가스 배출 저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니멀리즘과 환경에 적극적인 소비자층은 업계의 변화를 끌어내기도 했다.
의류업체 닐바렛은 지난해 더울 때 열 배출이 쉽도록 하는 원단과 가공방법을 활용한 제품을 내놨고, 샤넬은 한국동서발전과 업무협약을 맺고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기로 했다. 유니클로(패스트 리테일링)는 청바지 제조에서 사용하는 물을 최대 99%까지 절감할 수 있는 공법과 의류의 수명을 늘리고, 배수 과정에서 오염수를 배출하지 않는 ‘에코 스톤’ 기술을 개발했다. 모두 일부의 마케팅을 포함하는 개선이지만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조슈아는 다큐멘터리에서 “비움으로써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갈구하게 됐다”고 했다. 올 겨울에는 어떤 신제품들이 나올까? 그게 우리 생활에 정말 필요할까? 차가워진 날씨 속에서 냉정하게 생각해 볼 만한 대목이다.
황덕현 사회정책부 기자 2022.2.21/뉴스1 ⓒ 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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