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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철감독이 말하는 아름답게 사는 방법, ‘너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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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주)필름영
사진=(주)필름영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던 배우가 카메라 뒤에서 선다. 감독으로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어서다. 배우 겸 감독 조현철이 첫 장편 연출작 ‘너와 나’(25일 개봉)를 관객 앞에 내놓는다. 그의 영화계 데뷔는 연기가 아닌 연출이었다. 단편 ‘척추측만’(2010)을 비롯해 여러 편의 단편을 연출하고, 독립 영화와 상업 영화, 드라마를 오가며 10년 넘게 연기를 통해 존재감을 알린 조현철이 오랜 시간 동안 준비한 장편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영화다.

조현철 감독은 ‘너와 나’ 연출 소식을 1년 전 대중에게 처음 알렸다. 2022년 58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로 TV부문 남우조연상을 받은 그는 당시 투병 중이던 아버지에게 전하는 이야기로 수상 소감을 남겼다. “죽음은 그냥 단순히 존재 양식의 변화인 거잖아. 작년(2021년) 한 해 동안 첫 장편 영화였던 ‘너와 나’를 찍으면서 나는 분명히 세월호 아이들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와 나’를 준비하는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에게 중요했던 이름들이라며 사회적 약자로 희생당한 이들을 호명했다. “박길래 선생님, 김용균 군, 변희수 하사, 이경택 군, 그리고 세월호의 아이들. 나는 이들이 분명히 죽은 뒤에도 여기에 있다고 믿어.” 죽음을 앞둔 아버지에게 보내는 담담한 메시지, 사회적 죽음을 언급한 조현철은 수상 소감은 남달랐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꺼리는 우리 사회가 술렁일 수밖에 없었다. 오랫동안 회자할 만한 수상 소감이었다. 그가 만든 세월호 이야기는 어떨지 궁금했다.

사진=필름영
사진=필름영

‘너와 나’는 조현철 감독의 백상 수상 소감을 다시 곱씹게 하는 영화다. 제주도 수학여행 전날 두 여고생 친구의 하루를 그린 영화는 조현철 감독이 수상 소감에서 언급한 죽음에 대한 생각, 세월호 아이들, 우리 사회의 약자들을 떠올리게 한다. 주인공 세미(박혜수)는 다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한 하은(김시은)에게 수학여행을 같이 가자고 조른다. 하은은 몸도 성치 않고 형편도 여의찮지만, 캠코더를 팔아서 수학여행 경비를 마련하기로 한다.

영화는 세월호 사건을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대신에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10대들의 이야기가 자리한다. 하은을 사랑하는 세미는 자기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하은에게 화가 나고 서운하다. 하은은 세미가 모르는 비밀이 있고 또 다른 절친이 있다. 세미와 하은의 친구들은 사소한 일로 다투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함께 웃으며 어울린다. 친구를 위해서라면 똘똘 뭉쳐 성인 남성을 윽박지르기도 한다. 수학여행 전날을 보내는 이들의 소소한 일상 장면이 어떤 극적 장치보다 강렬하게 마음을 파고든다.

조현철 감독은 독특한 전개 방식으로 영화를 끌어간다. 세미와 하은의 이야기는 시공간을 흩트리고 꿈과 현실을 뒤섞는다. 이러한 연출법이 새로운 건 아니지만, 조현철 감독의 연출은 의도가 뚜렷해 도드라진다. 우리의 일상에서 삶과 죽음은 공존하기에 경계를 나눌 수 없고, 유한한 삶에서 가장 소중한 건 타자의 생명, 애타심이라는 것을 조현철 감독만의 연출색으로 표현한다. 영화에는 동물과 식물이 은유적 풍경으로 자주 등장하는데 세상을 세심하게 살피는 감독의 너른 시야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진=필름영
사진=필름영

무엇보다 ‘너와 나’는 장르와 소재에 갇히지 않은 자유로운 연출이 보는 이를 무장 해제시킨다. 굳이 분류하자면 청춘 영화, 퀴어 영화, 세월호 영화라고 나눌 수 있겠지만 조현철 감독은 이를 아우르는 연출로 놀라움을 안긴다. 뽀얀 화면은 청춘 영화의 클리셰로 기능하는 대신에 죽음이 드리운 일상을 빛나게 만들고, 두 소녀는 진심 어린 사랑 고백을 나눈다. 특히 세월호를 은유한 장면들은 사회적 참사를 다루는 창작자의 자세와 태도를 눈여겨보게 한다. 감독이 밝힌 대로 “사회적 재난을 스펙터클로 소비하지 않겠다”는 소신을 지키면서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기억하게 만든다.

주연을 맡은 박혜수와 김시은의 연기도 빼어나다. 다부진 연기로 극을 끌어 나가는 박혜수가 세월호에 탔던 정예진 학생의 애창곡 ‘체념’을 부르는 장면은 가슴이 먹먹해진다. 능청스러운 연기를 펼친 김시은은 ‘다음 소희'(2023)에 이어 또 한 번 실력을 발휘하며 감탄을 부른다. 조현철 감독의 절친 박정민의 카메오 출연도 ‘우정값’을 제대로 한다. 여기에 조연으로 등장한 여러 배우와 뮤지션 오혁의 음악까지, 영화에 참여한 이들이 ‘나’보다 강한 ‘우리’의 힘을 보여준다. 나밖에 모르고, 내가 제일 힘들다고 푸념하는 이들에게 영화 ‘너와 나’는 아름답게 사는 방법을 일러준다. 서로 사랑하라. 예수님의 가르침이 아니라 신인감독 조현철의 출사표다. 자기 목소리를 당당히 내기 위해 10년을 벼른 조현철 감독의 등장을 환영한다.

CP-2022-0012@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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