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폭풍이 상당히 거세다. 17.15%p 득표 차이는 국민의힘에 있어 내년 총선을 상당히 불리한 상태에서 치르게 만들기 충분하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이후 기사회생할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상당히 크다.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의미를 되새기지 못한다면 내년 총선의 승패는 어디로 향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만큼 이번 보궐선거가 갖는 의미를 제대로 해석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집권당 대표가 보증하는 김태우의 숙원! 화곡이 마곡이 되고, 빌라가 아파트가 됩니다”
김태우 전 국민의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가 내세운 슬로건이다. 하지만 해당 슬로건에 대해 정치평론가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이 개발 프리미엄만 내세웠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강서구는 빌라 전세 사기 피해자가 가장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지역 주민들로서는 ‘빌라가 아파트가 된다’는 김 전 후보의 공약이 마음에 닿지 않았다는 것이다.
빌라가 아파트가 되는 것은 분명 개발 프리미엄으로 상당한 호재가 될 것이고, 부동산 호재를 노린 유권자들은 힘 있는 강력한 여당 후보에게 투표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전제조건이 있다. 그것은 현 경제 상황이 부동산 개발붐으로 이끌만한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환율과 물가 그리고 이자는 불안하다. 내년이라고 해서 경제가 좋아진다는 소식도 없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 역시 침체기를 겪고 있다. 즉, 미분양 사태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빌라가 아파트가 된다고 해도 과연 지역 유권자 특히 부동산 호재를 노리는 유권자들에게는 호재가 되는 공약이냐는 것이다. 더욱이 빌라가 아파트로 바뀐다는 것은 ‘세입자’의 문제가 걸려 있다. 빌라에 사는 실거주자 상당수는 ‘세입자’이다. 빌라를 아파트로 만들겠다는 것은 빌라 실소유주들에게는 호재가 될 수 있지만 실거주자인 세입자로서는 하루아침에 자신의 보금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불안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빌라를 아파트로’라는 공약을 내걸었을 때 세입자에 대한 공약도 함께 내걸어야 했는데 그러하지 못하면서 결국 빌라 세입자들은 김 전 후보를 찍을 수가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가뜩이나 빌라 전세 사기 피해자가 많은 지역에서 ‘빌라를 아파트로’라는 공약을 내걸었다는 것은 그야말로 패배를 확실하게 초래하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수도권 현실과 동떨어져
이처럼 국민의힘은 현실과 동떨어진 슬로건을 내세우는 것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대통령과 핫라인이 있는 후보’라는 슬로건이었다. 이것은 사실상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정권심판론’ 선거로 만들었다는 평가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40~50%대라면 ‘대통령과 핫라인이 있는 후보’라는 슬로건이 먹혀들어 갈 수 있겠지만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에 머물러 있으면 해당 슬로건은 오히려 정권심판론의 빌미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이는 김기현 대표 체제가 갖고 있는 숙제이기도 하다.
김기현 지도부 상당수가 영남 출신이다. 사실 영남에서는 대통령과의 인연을 내세우면 당선되는 사례가 그동안 많았다. 하지만 수도권에서는 대통령과의 인연을 내세워서 당선된 사례가 많지 않다.
수도권 출마자들은 아무리 대통령의 지지율이 40~50%대를 넘어 60~70%대에 육박한다고 해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는 그런 선거운동을 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왜냐하면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는 순간 대통령과 운명을 함께 하기 때문이다.
영남 지역은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는 것이 향후 정치 행보에 있어서 ‘의리 있는 사람’으로 평가되면서 그에 따라 정치적 행보를 넓혀가는 계기가 된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유승민 전 의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한번 낙인이 찍히면서 영남에서 정치적 행보에 고배를 계속 마시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에서는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는 순간 대통령의 순장조가 된다. 즉, 대통령이 물러나면 그 정치적 인생도 함께 물러나게 된다. 수도권에서 표심을 얻기 위해서는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식으로 지역을 개발하고 정치적 역량을 넓혀 가는지 그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만 정치적으로 재개를 하고, 정치적 미래를 담보한다.
그런 점에서 비춰볼 때 ‘대통령과 핫라인이 있는 후보’라는 슬로건은 잘못된 슬로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국민의힘의 내년 선거전략도 ‘대통령과 핫라인이 있는 후보’라는 슬로건을 내걸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이것이 자칫하면 정권심판론으로 이어지게 된다면 국민의힘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전임 정권 심판론
일각에서는 전임 정권 즉 문재인 정권 심판론을 내세울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전제조건이 있어야 한다. 최근 윤석열 정부나 국민의힘은 ‘사건’이나 ‘사고’ 등이 발생하면 전임 정권 책임론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전임 정권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전임 정권 심판론에 대해 얼마나 공감할지는 미지수다. 왜냐하면 전임 정권 심판론의 전제조건은 현 정부가 그에 비해 ‘잘하고 있다’는 것을 유권자들이 느끼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으로서도 문재인 정부 책임론에 대해 공감하지만 ‘공감’이 곧 투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즉, 윤석열 정부에서 어떤 해결책을 내놓았느냐에 대해 유권자들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 질문에 대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대답해야 한다. 그 대답을 하지 못한다면 전임 정권 심판론 바람을 일어나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 2년 차를 넘어 내년에는 3년 차가 되겠지만 여전히 전임 정권 책임론을 계속 꺼내 든다면 유권자들은 피로감을 느끼게 되고, 그것이 오히려 현 정부 심판론의 바람을 일으키는 불쏘시개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집권여당 면모 보이지 않아
결국 핵심은 국민의힘이 집권여당으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이 이번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선거 결과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집권여당으로서 민생을 얼마나 챙기고, 지역의 특성에 맞는 공약 개발과 함께 메시지를 어떤 식으로 관리를 했느냐는 것이다. 17.15%p 격차의 패배는 단순히 대법원 판결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특사로 후보에 나설 수 있게 한 것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가 아니라 집권여당으로서의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답답함의 표출이다.
정치평론가들은 당장 야당에 대한 공격적인 메시지를 거두고 민생과 민심에 대한 메시지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고위원회의나 원내대책회의 등에서 야당과 전임 정권 책임론 메시지가 절반 이상 차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을 비판하고, 전임 정권 탓을 한다면 언론 보도는 많이 될 수 있겠지만 그로 인한 국민적 피로도는 내년 총선 표심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집권여당이 됐으면 이에 맞는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로 현 지도부가 집권여당으로서의 자세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당장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간파하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정책 등을 내놓아야 하는데 그것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런 메시지 관리는 결국 내년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특히 바람을 많이 타는 수도권에서는 더욱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같은 식의 선거전략을 또다시 내년 총선 수도권에서 짠다면 내년 총선 수도권도 명약관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핵심은 체질 개선 이외에 답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지도부의 생각을 갖고 있다면 내년 총선에서도 참패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여론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특히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의 사고방식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과거에 답습했던 그런 사고방식으로 내년 총선을 치른다면 패배는 불 보듯 뻔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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