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훔볼트 포럼이 한국유물특별전에 내걸었던 일본인 촬영으로 추정되는 젖가슴을 내보인 조선 여인의 사진. [연합]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독일 베를린 훔볼트 포럼이 한국유물특별전에 내걸었던 일본인 촬영으로 추정되는 젖가슴을 내보인 조선 여인의 사진을 철거했다. 한국 비녀로 잘못 소개한 일본 머리 장식도 전시장에서 뺐다.
훔볼트 포럼은 한해에만 300만명이 찾는 곳이다. 훔볼트 포럼 아시아예술·민속학 박물관은 지난 3일부터 한국유물특별전 ‘아리아리랑-폐쇄된 왕국에 대한 매혹’을 열고 프로이센문화유산재단 민속학박물관에 소장된, 그간 공개되지 않은 조선시대(1392~1910년) 등 한국 유물 1800여점 중 120점을 선별해 선보이고 있다.
독일의 21세기 최대 문화 프로젝트로 꼽히는 훔볼트 포럼은 과거 제국주의를 상징하던 프로이센 왕궁을 재건한 건물에 들어선 복합공간으로 식민주의 역사에 대한 반성을 담아 아시아와 남미, 아프리카 등 비유럽권 문화·예술을 전시하고 역사와 과학, 사회에 대한 토론장을 지향하는 한해 300만명이 찾는 명소다. [연합] |
20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따르면 훔볼트 포럼 아시아예술·민속학 박물관은 개장 전 한국유물특별전 ‘아리아리랑’에서 ‘물 긷는 여인’으로 이름 붙인 가슴을 드러낸 조선 여인의 사진을 철거했다.
당초 이 사진은 독일 베이징 공사관에서 일한 아돌프 피셔가 1905년 한국에 왔을 때 직접 찍은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과 함께 내걸렸다.
하지만 실제로 이 사진은 일본인이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1907년 일본인이 운영하는 경성사진관이 발행한 한국풍속풍경사진첩에 수록된 바 있다.
독일 베를린의 훔볼트 포럼 한국유물특별전에서 갑옷 어깨 위 용장식으로 소개된 여성용 비녀 용잠이 전시된 모습. [연합] |
이 사진 앞 설명에는 ‘자랑스러운 어머니들’이라는 제목 아래 조선시대 중기부터는 아들만 유산을 상속받고 가문을 이을 수 있어 여성이 아들을 낳으면 매우 자랑스러워했다며 하류 계층 여성들은 항아리를 든 이 여성처럼 수유하는 젖가슴을 내보여 자기가 아들을 낳았음을 보여줬다고 쓰였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주독일한국대사관 국정감사에서 “일본인이 스튜디오에서 모델을 세워 촬영한 가슴을 드러낸 조선 여성 사진을 마치 독일인이 찍은 사진처럼 전시했다”며 “조선 여성을 대상화하고 조선 문화가 열등하고 미개하다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일본이 의도를 갖고 제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훔볼트 포럼 한국유물 특별전에 소개된 ‘모자의 나라’ 조선. [연합] |
김홍균 주독일한국대사는 이날 국감 답변에서 “제기된 오류에 대해 국립중앙박물관과 훔볼트 포럼 측이 지금 협의를 하고 있는 단계”라며 “훔볼트 포럼 측에서 전혀 수정할 게 없다는 입장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대사관에서 적극 관여해 잘못된 부분은 바로 잡고 논란이 있는 부분은 굳이 그런 작품을 전시할 필요가 있느냐는 논의를 통해 훔볼트 포럼 측과 계속 협의하고 대화화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박물관 측은 지난 18일에는 20세기 전반 한국 비녀로 소개한 일본 여성의 머리 장식 칸자시로 추정되는 유물을 조선 여성들이 사용한 용품 전시장에서 없앴다. 17일 한국 언론의 보도기 이뤄진 직후였다.
독일 베를린의 훔볼트 포럼 한국유물특별전에서 용잠으로 소개된 비녀. [연합] |
독일 베를린의 훔볼트 포럼 한국유물특별전에서 코담배통으로 소개된 향낭으로 추정되는 유물. [연합] |
한편 이번 전시 기간은 내년 4월21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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