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보다 민생” 한목소리 내고
“비방 멈추자”는 기류도 형성
이태원 1주기·예산정국은 뇌관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몸을 낮춘 여야가 민생 협치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매서운 수도권 민심을 받아든 정부·여당은 ‘정쟁보다 민생을 챙기겠다’며 국정기조 변화를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임박한 이재명 대표의 당무 복귀에 맞춰 시급한 민생 현안 해결에 초점을 맞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례적으로 정부 정책들에 대한 환영 의사도 표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관계에 ‘해빙 무드’라는 수식어가 나오는 등 국회 기류가 변화를 맞이했다. 이에 따라 민생을 고리로 한 양당의 협력이 실제 이뤄질지 여부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당장 이태원 참사 1주기, 예산 정국이 다가오는 등 뇌관이 곳곳에 존재하면서 여야가 언제까지 저자세를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최근 국회의 다소 변화한 기류는 ‘의대정원 확대’에서부터 감지되고 있다. 민주당은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 도입이라는 ‘조건’을 걸긴 했으나 오랜만에 정부 정책에 찬성 입장을 보였다.
동시에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의원과 당직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정부·여당의 선거 패배 여진을 지적하고 쓴소리를 하면서 승리에 안주하는 언행은 지양해야 한다”라며 “이제는 경제 회복대안과 민생 대책 마련으로 다수당인 민주당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또한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서울시가 6만 원대 기후동행카드 시행을 발표했다. 경기도는 더 경기패스를, 국토교통부는 문재인 정부의 알뜰교통카드를 확대한 K패스를 추진하고 있있다”라며 “민주당은 이러한 움직임에 모두 찬성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서울시민만 된다는 것은 서울로 출근하는 경기도민, 인천시민에게는 사실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책 실효성도 떨어진다”라고 지적하면서 “소속한 정당이 다르더라도 국민은 하나이다. 민주당은 국민의 삶을 지키는 데 언제나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의 경우 지난 20일부터 전국에 있는 정쟁성 현수막 철거를 시작했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자성과 동시에 민주당을 향해선 ‘비방을 멈추고 민생 해결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자’는 자세를 취했다.
이와 관련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같은날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대외경제 여건이 갈수록 악화돼 국민들께서 정책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상황이나, 환경을 탓하지 않고 반드시 해결책을 찾아서 우리 경제와 국민의 삶을 다시 성장의 길로 이끌 것을 약속드린다”라고 했다. 그는 회의 후 취재진의 만나서도 “과도한 정쟁보다 생산적인 메시지를 더 많이 내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공언했다.
‘개혁 이미지’ 선점 위한 힘겨루기 관측도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선 ‘무당층 28%’
의대 정원 확대는 ‘각론’ 두고 이견
이 같은 거대양당의 움직임을 두고는 실제 민생 협력보다는 무당·중도층의 표심을 잡기 위한 행보라고 보는 관측도 상당하다.
총선이 7개월도 남지 않은 관계로 표심을 의식해 상대 정당을 향한 비판의 수위를 조절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여야의 정쟁은 일시 소강상태나, 총선이 다가올수록 양당의 지지율 양상에 따라 극한의 네거티브 정쟁이 다시 두드러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오는 29일 핼러윈 참사 1주기가 다가옴에 따라 이태원 참사 추모식의 정부·여당 핵심 인사의 참석 여부,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의 향방부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의 책임을 물어 이상민 행전안전부 장관이 탄핵 소추됐다가 지난 7월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 기각으로 업무에 복귀하는 등 참사를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치가 지속된 바 있기 때문이다. 여당은 민주당이 야기한 행정 공백을 이유로 대야 공세를 강화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국정감사가 끝나는 11월부터는 예산심사 정국이 도래해 이를 둘러싼 전운도 감돌고 있다. 새만금세계잼버리 부실운영과 파행 후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삭감에 대한 여야 공방도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근 ‘의대 정원 확대’ 움직임과 관련해선 여야가 오랜만에 민생과 정책 측면에서 한 목소리를 냈다는 의미보단, 각론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동상이몽’이라는 수식어도 나오고 있다. 양당의 민생 경쟁은 실질적으로는 여야 협치를 전제로 하기보다는 개혁적 이미지를 가져가기 위한 ‘주도권 다툼’이라는 쪽에 무게추가 쏠린다.
한편 한국갤럽이 지난 17~19일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현재 지지하는 정당은 국민의힘 33%, 더불어민주당 34%을 기록했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층은 28%다. 중도층 정당 지지도를 따로 보면 국민의힘 23%, 더불어민주당 31%을 지지했고,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가 40%에 달했다.
한국갤럽은 “지난 3월초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후 양당 지지도가 비등한 구도가 지속돼 왔다”며 “양당 격차나 추세는 오차범위(최대 6%p) 내에서 변동 중”이라고 설명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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