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언론 “韓 제안한 외무장관 회담, 내달 26일 개최 조율”
왕이 일정 조정이 최종 관건…中 외교부 “소통 진행 중”
윤 대통령, ‘팔레스타인 지지’ 사우디 순방…실속 챙기기
정부가 한·중·일 외무장관 회담을 제안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1일부터 4박 6일간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를 국빈 방문하는 등 윤석열 정부의 ‘가치 외교’ 기조가 다소 변화하는 모양새다. ‘두 개의 전쟁’으로 복잡해진 정세 속에서 실속을 챙기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21일 복수의 일본 매체는 한·중·일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3국 간 외교장관 회담이 내달 26일 부산에서 개최되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외교장관 회담 일정 조정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최종 목표인 3국 간 정상회담은 연내가 아니라 내년 초 개최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아사히신문은 밝혔다.
앞서 교도통신은 전날 한국 외교부가 중국과 일본 측에 11월 26일 전후로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는 중국과 러시아가 지난 17~18일 개최된 제3차 일대일로 국제협력정상포럼에서 사실상 공조와 연대를 선언한 이후 나온 보도여서 더욱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단 일본은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국의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장관)의 일정으로 정상회의 조율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과 일본·한국은 가까이에 있는 이웃으로, 우리는 3국 협력을 하는 것이 3국의 공동이익에 들어맞는다고 본다”며 “3국은 중·일·한 외교장관 회의의 시기에 관해 소통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21일부터 사우디·카타르 국빈 방문해 ‘실리’ 행보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부터 오는 26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를 국빈 방문한다.
윤 정부는 취임 초부터 혈맹이자 우방인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세계가 주도하는 국제 질서에 동참하겠다는 의미의 ‘가치 연대’ ‘가치 동맹’을 외교·안보의 기본 방향으로 내세워 왔지만, 이번 국빈 방문을 놓고서는 ‘가치’보다 ‘실리’를 챙긴 행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우디의 경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국제 정세가 급변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중동 외교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던 지역이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13일 대표적 반미(反美) 국가인 이란과의 통화에서 “팔레스타인의 대의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은 큰 규모로 성사됐으며, 일정도 실용적이다.
윤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도착한 이튿날부터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와의 회담 및 오찬을 가질 예정이다. 22일에는 한·사우디아라비아 투자 포럼에 참석한다. 사우디 방문 마지막날인 24일 ‘사막의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 포럼 행사에 주빈으로 참석한다.
이번 순방에는 사우디아라비아 130명, 카타르 59명 등 대규모 경제 사절단도 동행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사절단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등 주요 그룹 대표들이 포함됐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가치 외교’를 한다고 해서 실리를 놓치는 것은 안 된다. 결국 이익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외교”라면서 “지금 러시아와 북한이 가까워지는 등 이런 국제 상황을 우리가 적절히 잘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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