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교전이 격화하는 가운데 1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칸 유니스에 피해 주민들을 위한 유엔개발계획(UNDP) 난민캠프가 세워져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전역에 걸친 공습을 퍼부어 민가들이 파괴되고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투르키 알 파이살(78) 사우디아라비아 왕자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사이 전쟁과 관련해 양측 모두를 싸잡아 비판했다고 영국 BBC 방송 등 외신이 20일(현지시간) 전했다.
이에 따르면 투르키 왕자는 지난 17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라이스대학에서 연설을 하면서 “이 분쟁에 영웅은 없다”며 “희생자만 있다”고 했다.
그는 하마스에 대해 “연령, 성별을 가리지 않고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고있다”며 이는 민간인을 해치지 말라는 이슬람 명령에 위배된다고 했다. 이스라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가자지구 내 무고한 팔레스타인 민간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차별적 폭격과 이들을 강제로 시나이반도로 몰아넣으려는 시도를 규탄한다”고 했다.
BBC는 투르키 왕자의 이번 발언을 놓고 사우디 왕실 고위 인사로는 이례적으로 ‘솔직한’ 발언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사우디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전쟁이 확대되는 일을 막는 데 노력하겠다는 사실상 원론적 입장만 밝혔었다.
BBC에 따르면 투르키 왕자는 사우디 정계에서 존경받는 원로 정치가이자 전직 외교관이다. 20년 이상 사우디 정보국장도 역임했다.
투르키 왕자는 미국 프린스턴 대학,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등에서 교육을 받았고 미국 정계 인사들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르키 왕자는 이번 연설과 관련해 사우디 왕실의 사전 확인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BBC는 전했다. 투르키 왕자는 현재 사우디 정부에서 공식 직책을 맡는 건 없다.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집을 잃은 가자지구 주민들이 19일(현지시간) 남부 칸 유니스의 유엔개발계획(UNDP) 난민캠프에 모인 가운데 어린이들이 포옹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기준 가자지구 내 누적 사망자 중 4분의 1가량이 어린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 |
투르키 왕자는 미국이 이번 전쟁 중 이스라엘 지지 메시지를 보낸 데 대해서도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미국 언론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정당성 없는 공격’이라고 한 데 대해 “이스라엘이 4분의 3세기 동안 팔레스타인에게 행한 일보다 더 큰 도발이 필요한가”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 전쟁 분위기는 더욱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쟁 발발 2주 만인 21일(현지시간) 이집트와 가자 지구를 잇는 라파 국경으로 구호 물품이 처음 반입된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공습의 고삐를 죄는 분위기다.
AFP, A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IDF) 수석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지상 침공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군이 사전에 최적 조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전쟁의 다음 단계에서 우리 군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늘부터 공습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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