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과 유럽 주요 국가의 정상 및 외무 장관들이 이집트 카이로에 모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의 평화적 해법을 논의했지만 공동선언을 채택하지 못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부터 카이로에서 열린 ‘평화를 위한 정상회의’는 공동선언 채택 없이 종료됐다. 이날 회의에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대행 등 유럽 정상들과 카타르, 바레인, 요르단, 쿠웨이트의 왕실 지도자,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등 중동과 아프리카의 지도자들도 상당수 참석했다.
유럽 주요 국가인 독일, 프랑스, 영국, 노르웨이와 주요 7개국(G7) 회원인 일본에서는 외무장관을 파견했다. 중국 정부는 자이쥔 중동특사를, 러시아는 외무 차관을 보냈다.
회의에 참석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휴전을 호소했다. 그는 “인구 240만명의 팔레스타인 거주지에서 수천 명이 사망하고 100만명 이상이 난민이 되는 인도주의적 재앙을 겪고 있다”면서 “이 끔찍한 악몽을 끝내기 위한 조치”로 인도주의적 휴전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방국들도 무력이 아닌 대화로 분쟁 해법을 찾을 것을 주문했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오늘 회담의 주요 목표는 서로의 말을 듣는 것”이라며 “지역 긴장 완화와 평화 프로세스를 위한 협력, 인도주의적 문제 등을 위해 더 많은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멜로니 총리는 “전쟁 확대를 피하고 분쟁 당사자들이 해결책을 찾을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어떤 군사 개입도 정치적 해법을 대체할 수 없다”면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평화 프로세스가 재개돼야 한다”고 밝혔다.
중동·아프리카 정상들의 입장은 서방국들보다 강경했다. 무력 충돌 과정에서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을 강도 높게 지적하고 팔레스타인 권리 보호에 무게를 실은 목소리를 쏟아냈다. 하마드 빈 이사 알-할리파 바레인 국왕은 “팔레스타인인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는 중동 안정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아랍 세계가 듣고 있는 메시지는 팔레스타인인의 생명이 이스라엘인의 생명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이스라엘 지도부는 불의의 토대 위에 국가를 세우면 번영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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