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대조건 없이 동일 이자율
2%P 가까이 저렴 ‘메리트’
대환대출 인프라 출시 대비
시중은행들이 4%대 저렴한 금리의 비대면 전용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최근 대출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조건 없이 저렴한 금리를 제공하며 재테크족에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정부가 연말부터 가동할 온라인 주담대 대환대출 인프라와 그로 인한 갈아타기 경쟁이 예고된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에 뒤지지 않기 위해 미리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전날 KB스타뱅킹 앱에서 아파트 전용 비대면 주담대 상품인 ‘KB스타 아파트 담보대출’을 출시했다. 신규, 대환 목적으로 받을 수 있으며 기존 주담대와 달리 앱에서 대환, 말소조건 등 복잡한 조건의 대출도 100% 비대면으로 실행된다.
가장 큰 특징은 거래실적 등에 따른 우대금리가 없다는 점이다. 그간 시중은행들은 예·적금 가입 여부나 기존 거래 내역에 따라 이자율을 할인해주는 혜택를 제공했는데, 인터넷은행처럼 모든 고객에게 동일한 금리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앱 전용 상품인 만큼 금리도 저렴하다. ‘KB스타 아파트 담보대출’의 변동금리는 4.63~4.8%이며, 고정(혼합)금리는 4.53%다. 국민은행의 대표 주담대 상품인 ‘KB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4.41~6.00%, 고정(혼합)금리가 4.14~5.54%임을 고려하면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상단이 최대 1.4%포인트(p), 1%p 낮다. 즉, 국민은행에서 우대금리를 받지 못하는 고객들의 경우 비대면 전용 상품 금리가 1%p 싼 것이다.
신한은행도 지난달 1일 자사 앱인 쏠에서 대환대출 전용 주담대 상품인 ‘은행 갈아타기 특별금리’ 을 내놓고 운영하고 있다. 시세가 조회되는 아파트, 연립·빌라 등 다른 금융사 주담대를 가진 이들이 신한은행으로 갈아탈 수 있는 상품이다. 또한 대출 전 과정이 비대면으로만 진행된다.
대출금리 역시 파격적이다. 이 상품은 변동금리만 취급하는데 이날 기준 조건 없이 모든 고객에게 연 4.14~4.24%로 제공한다. 같은 날 신한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4.55~5.85%임을 감안하면 최대 1.74%p 저렴하게 대출 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상생금융 취지에서 취약차주들을 지원하기 위해 금리 경쟁력을 갖춘 상품을 쏠앱에서만 출시했다”며 “고금리 시기 대출 이자가 부담스러운 분들이 갈아타실 수 있고 5%대 이자만 되더라도 옮기면 이자 절감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이 비대면 주담대 상품을 저렴하게 내놓은 것은 인터넷은행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연말부터 주담대 전용 대환대출 인프라를 출시하는데, 이때 인터넷은행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서다.
인터넷은행은 애초 대면영업이 허용되지 않아 시중은행보다 신속하게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을 선보였고, 지점 운영 비용을 절약해 상대적으로 더 낮은 금리로 주담대 상품을 제공했다. 이들은 서비스 편의성이나 금리 경쟁력을 앞세워 적극 주담대 몸집을 불리고 있다.
인터넷은행의 최근 주담대 급증세는 위협적이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8월 말 주담대(전월세대출 포함) 잔액은 약 19조3173억원으로 지난 6월 말과 비교하면 1조9950억원(11.5%) 늘었다. 케이뱅크의 주담대 잔액도 같은 기간 3조6934억원에서 4조655억원으로 3721억원(10.1%) 증가했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이 같은 기간 514조9997억원으로 3조5990억원(0.7%) 늘었다는 것과 비교하면, 인터넷은행 두 곳의 주담대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것이다.
인터넷은행이 저렴한 금리 경쟁력을 내세우면서 시중은행 대출을 이용하다가 갈아탄 대환 수요가 많았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최근 신규취급액 중 50∼60%가 대환 고객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해당 상품을 따로 홍보하지는 않아도 비대면 전용 주담대 금리가 낮다보니 재테크 카페 등에서 입소문이 나고 있다”며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 주담대가 무섭게 규모를 늘리고 있는 차원에서 인턴세은행과 비슷한 경쟁력을 갖추자는 취지도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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