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사진=뉴시스 |
피상속인(고인)이 여러명의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줄 경우, 일부 자녀의 동의만으로는 증여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사망한 A씨 차남 B씨가 형제들을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에서 지난달 27일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8년 1월 자신이 소유한 경남 거제 소재 부동산을 장남과 차남 B씨에게만 분배하겠다는 취지의 유언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남겼다. 자신이 소유한 땅을 장남과 B씨가 나눠갖고, 딸들은 장남에게 2000만원씩 받으라는 내용이다. 영상은 B씨가 촬영했는데, A씨는 촬영 도중 “그럼 됐나”라고 묻기도 했다.
그러나 이 영상 속 A씨 말은 법률상 유언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민법’상 녹음에 의한 유언의 경우 유언자가 이름, 발언을 한 연·월·일, 유언 취지를 직접 말해야 한다. 유언 시 증인이 참여해 유언의 정확함 등을 구술해야 한다.
이에 유산은 A씨 배우자와 다른 자녀들에게 법정상속분에 따라 상속등기됐다. 그러자 B씨가 유언에 따라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진행하는 취지로 다른 형제들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다.
1심은 B씨 청구를 기각했다. B씨가 제출한 영상만으로는 망자인 A씨가 각 부동산을 사인 증여했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반대로 2심(원심)은 B씨 손을 들어줬다. 영상의 전체 취지를 종합하면 A씨가 사망한 뒤 땅을 B씨에게 증여하기로 한 점이 인정된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해당 동영상 촬영 도중 B씨가 망자에게 ‘상속받겠다’는 등 대답을 하지 않았다”면서도 “B씨가 직접 동영상을 촬영하고 소지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B씨가 A씨의 증여 의사를 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법원 판단은 원심과 달랐다. 대법원은 “A씨가 유언하는 자리에 B씨가 동석해 영상을 촬영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인증여의 효력을 인정하면, 재산을 분배하고자 하는 고인의 의사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동석하지 않은 다른 가족들에게 불리하고 원고만 유리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A씨가 유언을 읽다가 ‘그럼 됐나’라고 말하는 것도 자문하는 것일 뿐 차남에게 되물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와 차남에게만 유독 청약과 승낙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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