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형욱 SK E&S 사장 |
SK그룹의 CEO(최고경영자)급 인사들은 주로 제네시스의 ‘G90’을 관용차로 몰고 다닌다. 그룹 내 정확한 관용차 지급 룰은 없지만, 대체로 비슷한 선택을 한다고 한다. CEO들이 ‘G90’과 같은 고급 세단을 선호하는 것은 SK그룹 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그 중에 ‘튀는’ 인물이 있다. 추형욱 SK E&S 대표이사 사장이다. 그는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넥소’를 타고 다닌다. 2018년 출시한 ‘넥소’는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자동차)다. 고급 세단과는 분명 거리가 먼 모델이다.
추 사장이 ‘넥소’를 타는 것에는 수소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가 담겨있다는 평가다. LNG(액화천연가스) 및 도시가스를 주로 다루던 SK E&S는 수소 및 재생에너지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며 ‘종합 그린 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특히 수소는 SK E&S의 미래 핵심 사업으로 간주되고 있다. 단순 수소의 공급이 아니라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목표다. 추 사장은 지난 5월 ‘탄소중립 혁신기술 인재양성 포럼’에 참석해 “국내 청정수소 전주기 생태계를 조기에 구축해 글로벌 수소 1등 사업자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SK E&S는 올해 말 인천에 세계 최대인 연 3만톤 규모의 액화수소 플랜트를 구축하고, 수소연료 유통에 뛰어들 계획이다. 액화수소 충전소 약 40개소 구축도 추진하고 있으며, 주요 지자체 및 버스사업자와 협력해 5000대 이상의 CNG(압축천연가스)·디젤버스를 수소버스로 전환하기로 했다.
충남 보령 지역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 청정 블루수소(탄소포집을 통해 만든 수소) 생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서 CCS(탄소포집저장)를 통해 확보한 저탄소 LNG(연 130만톤)를 국내에 유통하고, 이 LNG를 개질해 연 25만톤의 청정 수소를 생산한다. 이 프로젝트를 2025~2026년 사이에 현실화 하는 게 목표다.
SK E&S의 저탄소 LNG 생산을 위한 ‘바로사→다윈→바유운단’ 라인 |
탄소포집의 경우 추 대표가 직접 ‘열공’ 하기도 했다. 아직 탄소포집의 개념조차 국내에 생소하던 수 년전, 추 대표는 직접 스터디한 내용을 바탕으로 직원들에게 탄소포집의 개념과 사업의 미래성에 대해 강의를 했다고 한다. SK E&S가 국내 기업 중 CCS 부문에서 가장 앞서나가기 시작한 것의 초석을 추 대표가 직접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SK E&S는 LNG 밸류체인 전반에 탄소포집을 적용하며 그린 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LNG·수소 생산 과정 뿐만 아니라 발전 과정에서의 탄소포집 사업도 추진키로 했다. 탄소 ‘저장’ 분야 역시 미래 먹거리로 간주하고 있다. 호주 북부 바유운단 폐가스전에 이어 보나파르트 지구에 위치한 대염수층인 ‘G-11-AP 광구’에서의 사업 가능성 역시 모색하는 중이다.
추 사장의 행보는 40대(1974년생) 젊은 CEO의 ‘패기’로 해석되기도 한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CEO급 인사로는 분명히 드문 모습”이라며 “추진하는 사업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느낄 수 있다”고 평했다. 추 사장은 2020년 SK E&S 사장에 선임됐다. 임원이 된지 3년만에 이뤄진 초고속 승진이었는데, 수소 등 신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취지로 해석됐다.
그동안 펼쳐온 사업에 대한 공로를 정부로부터 인정받기도 했다. 추 사장은 지난달 ‘제4회 푸른 하늘의 날’ 기념식에서 대기환경 개선 및 환경보전 유공을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그는 표창을 받으며 “수소와 재생에너지, CCS 기술을 접목한 저탄소 LNG 사업 등 친환경 에너지 공급 솔루션을 통해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과 친환경성 제고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모델 넥소(NEX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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