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지난해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통화정책에도 민간소비가 양호한 모습을 보이며 미국 경제를 뒷받침했지만, 앞으로는 민간소비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22일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 ‘미국 소비 호조의 배경과 향후 리스크 점검’ 자료를 통해 이같이 설명했다.
한은에 따르면 미국의 견조한 민간소비는 그동안 미국 경제가 고강도 긴축 기조에도 버틸 수 있었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민간소비가 견조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양호한 노동시장과 초과저축을 꼽았다.
한은은 “리오프닝 이후 빠르게 회복된 고용시장에서는 최근까지도 대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초과수요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임금소득이 올해 들어 전반적인 물가 수준보다 빠르게 상승했고, 취약계층의 실질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더 개선되면서 소비 회복세를 뒷받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팬데믹 기간 중 소비제약과 정부 이전지출 등에 기인한 초과저축이 민간소비의 재원으로 활용됐다”며 “2021년 하반기 이후 최근까지 약 1조달러 내외(가처분소득의 약 5%)의 초과저축이 소비 지출에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Fed의 금리인상도 가계 소비에 미친 영향이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 후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중심으로 가계의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진행된 데다 모기지 대출의 상당 부분이 팬데믹 직후 초저금리 수준에서 고정돼 신규 대출금리 상승에도 가계 원리금상환부담(DSR)은 팬데믹 이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한은은 앞으로는 미국의 민간소비가 약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고용 증가세와 임금 상승세가 최근 완만하게 둔화되고 있는데 이런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들도 비용상승, 고금리로 인한 신용긴축, 재정지원 감소 등으로 수익 증가세가 약화될 우려가 있는 만큼 추가 고용 확대에 신중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미국의 초과저축도 이전보다 줄어들 것으로 봤다.
한은은 “지금까지는 초과저축을 소비로 상당 부분 활용함에 따라 8월 현재 가계 저축률이 3.9%로 팬데믹 이전 수준(6.2%)을 상당폭 하회했다”며 “하지만 잔여 초과저축의 상당 부분을 소득 상위 20%가 보유하고 있고, 소득상위층은 한계소비성향이 낮고 미래를 위해 자산을 축적하고자 하는 유인이 커서 잔여 초과저축의 소진이 더딜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은은 앞으로 고금리의 파급 영향이 시차를 두고 점차 확대될 것으로 평가했다. 실제 미국은 최근 소비자 신용을 중심으로 금리인상의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고, 학자금대출 상환 재개로 이자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분석이 많아지고 있다.
한은이 분석한 결과 모기지 대출 실효이자율의 경우 Fed의 금리인상 시작 이후 약 30bp(1bp=0.01%포인트) 상승한 데 그친 반면, 소비자 신용의 실효이자율은 이미 400bp 이상 상승한 데다, 앞으로도 소폭 추가 상승할 여지가 있다.
한은은 “10월부터 재개되는 학자금대출 상환이 가계 원리금 부담을 높여 소비증가세를 제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최근 국제유가 상승으로 Fed의 긴축 통화정책 기조가 길어질 거란 기대가 강화되면서 장기금리가 오르고 금융 리스크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향후 민간소비 심리를 더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은은 견조한 노동시장 상황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고, 가계의 재무상황도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둔화 정도는 과거에 비해 완만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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