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탐험가인 월터 롤리(Walter Raleigh)는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말을 했다. 이 말은 이제 이렇게 바뀔 것이다. 전기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전기화 시대를 맞아 LS전선은 국가 경쟁력 사업인 K-산업의 근간이 되는 K-케이블로 거듭나려 한다.”
지난 19일 아침부터 내린 비를 뚫고 약 3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곳은 LS전선의 동해사업장이었다. 유난히도 흐렸던 이날 동해사업장을 소개하던 한 관계자는 향후 전기화 시대에서 LS전선의 역할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서울 중심부에서 가깝고도 먼 강원도 동해에 위치한 이곳은 아시아 해저케이블 생산의 심장이었다.
최근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특히 친환경 기조가 강화함에 따라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는 국가가 늘고 있다. 그 가운데 해상풍력발전은 핵심 부품인 해저케이블 수요가 공급을 넘어설 만큼 인기다. LS전선이 각국 주요 기업에서 협업을 제안받고 있는 이유다.
LS전선에서 재경·구매본부장(CFO)을 맡고 있는 이상호 LS전선아시아 대표이사는 “워낙 성장 산업인 데다 신재생이란 가치를 두고 있기 때문에 금융 지원이나 합작하자는 회사가 굉장히 많다”며 “그래서 재원을 조달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고, 금융 측면에서는 충분히 마련돼 있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들어 신재생에너지 확장 계획에 따라 대규모 해저케이블 발주가 이뤄질 전망인 미국의 경우 신공장 투자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형원 LS전선 에너지·시공사업본부장(부사장)은 “미국은 이제 막 해상풍력을 시작하는 단계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면서도 “투자 규모나 구체적인 공장 부지 등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
LS전선은 2007년 해저케이블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지난 16년여간 자체 연구·개발(R&D)을 지속해 왔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완성한 국내 최초이자 아시아 최대 규모의 해저케이블 생산지가 바로 동해사업장이다. 이를 통해 현재 전 세계에서 단 4개 기업만이 가진 해저케이블 기술력을 보유하게 됐다.
김진석 LS전선 설비효율화팀 팀장은 제1공장을 둘러보며 “턴테이블에 케이블 1만톤이라는 무게를 올리고 안정적으로 쌓아 올리는 작업이 단순해 보이지만, 기술적으로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당시 해외 선진국에서 기술을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에 LS전선 독자적으로 개발하며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고 설명했다.
향후 LS전선은 LS마린솔루션, LS전선아시아와 삼각편대를 구축해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에서 수주고를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먼저 아시아 지역에서는 베트남과 대만, 싱가포르 등을 주요하게 보고 있다는 게 김형원 부사장의 설명이다. 또 미국과 유럽 등 아시아 외 지역에서도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직 해저케이블 생산 역량이 없는 LS전선아시아는 향후 기술력 확보로 제 역할을 찾는다. 베트남 국영 석유가스 기업 페트로베트남그룹의 자회사 PTSC와 이달 양해각서(MOU)를 맺은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이상호 대표이사는 “PTSC와 현지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며 “베트남에서 싱가포르로 (전력을) 보내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LS마린솔루션은 2030년 현재 수준의 6배인 매출 4000억원을 목표로 한다. 실제 공장을 둘러본 뒤 승선한 해저케이블 포설선 GL2030은 LS전선과 포설 계약을 맺은 비금도 해저 연계 사업에 공급할 전력케이블 작업으로 바빴다.
다만 향후에는 역대 최대 규모 HVDC 프로젝트 수주에 따라 보다 바빠질 전망이다. 앞서 LS전선은 네덜란드 국영전력회사 테네트로부터 2조원대 HVDC 프로젝트를 수주했는데, LS마린솔루션이 시공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LS전선은 2026년부터 테네트에 525kV급 해저 및 지중 케이블을 공급한다. 이에 아직은 케이블을 공급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었다. 김진석 팀장은 제4공장을 둘러보며 “테네트의 수주를 목표로 했던 만큼 점진적으로 가동률을 높여갈 거고, 아직은 공장 캐파가 부족해 설비를 더 넣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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