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달 전만 해도 기준금리인 3.5%를 밑돌던 금리가 지금은 4%대로 올랐네요. 여윳돈을 넣어두려고 시중은행 금리를 비교 중이에요.”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전망으로 국채 금리가 치솟으면서 국내 시장금리와 은행의 대출·예금 금리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22일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따르면 현재 19개 은행의 정기예금 상품 가운데 최고 우대금리가 4.00%를 넘는 것은 20개에 이른다.
SC제일은행 ‘e-그린세이브예금'(4.35%), 전북은행 ‘JB 123정기예금'(4.30%), DGB대구은행 ‘DGB주거래우대예금'(4.25%), Sh수협은행 ‘헤이 정기예금'(4.15%), 광주은행 ‘굿스타트예금'(4.13%), 제주은행 ‘J정기예금'(4.10%), NH농협은행 ‘NH올원e예금'(4.05%),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4.05%) 등이다. 한 달 새 4% 이상 금리를 주는 시중은행 정기예금이 두 배로 늘었다.
미국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고 현재 금리가 충분히 긴축적이지 않다고 언급했다. 고금리 장기화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면서 당분간 금리가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이란 예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는 데다 지난해 하반기 연 5%대 높은 금리로 받아 놓은 정기예금들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재유치를 위한 은행들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4대은행 주담대 한달새 0.34%포인트 올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불과 한 달 전까지 3%대였던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 하단이 4%대로 올라섰고, 상단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에 이어 고정금리와 신용대출 금리 등까지 7%대에 육박하고 있다.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압박까지 가세하면서 금리 상승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20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240∼6.725% 수준이다. 약 한 달 전 9월 22일(연 3.900∼6.490%)과 비교해 하단이 0.340%포인트 뛰면서 4%대로 올라섰다.
신용대출 금리(1등급·만기 1년·연 4.620∼6.620%)도 한 달 만에 상·하단이 모두 0.060%포인트씩 올랐다.
이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연 4.550∼7.143%) 역시 상단과 하단이 각 0.280%포인트, 0.044%포인트씩 높아졌다. 시장금리와 예금금리 상승분이 뒤늦게 반영되면서 변동금리의 주요 지표금리인 코픽스(COFIX)가 석 달 만에 0.160%포인트(신규취급액 기준 3.660→3.820%) 오른 영향이다.
최근 시장금리가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나 변동금리 모두 끌어 올리면서, 하단의 3%대 금리는 사라지고 고정금리와 신용대출 금리까지 6%대 후반으로 7%대에 육박하게 됐다.
한은 “가계대출 증가폭 커질 것”
문제는 최근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지만 은행권 가계대출이 줄지 않고 되레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0월1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85조7321억원으로 9월 말(682조3294억원)보다 3조4027억원이나 더 늘었다. 이달 들어 약 20일 만의 증가 규모가 이미 2021년 10월(+3조4380억원) 이후 2년 만에 최대 기록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2조6814억원(517조8588억원→520조5402억원) 불었고, 지난달 1조762억원 줄었던 신용대출도 이달에는 8871억원 반등했다. 만약 이 추세대로 10월 전체 신용대출이 9월보다 늘어날 경우, 2021년 11월(+3059억원) 이후 1년 11개월 만에 첫 증가 기록이다.
향후 가계대출 전망에 대해 윤옥자 한국은행 시장총괄팀 차장은 “10월은 9월 가계대출 둔화요인으로 작용했던 기타대출 부분이 해소되기 때문에 9월에 비해서는 증가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가을 이사철 효과가 나타날 수 있고, 주택거래량이 7월에 비해 8월에 다소 확대됐는데 이게 시차를 두고 주담대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가계대출 증가흐름은 주택경기의 전개양상, 정부 대출규제 조치 등에 크게 영향받을 것”이라면서 “올해는 주택경기를 둘러싼 불확실성, 대출금리의 향방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통상 가계대출 증가규모는 9월에 비해 10~11월 확대됐다가 12월에 계절적 비수기, 상여금 유입 등으로 다시 축소됐던 패턴을 보여왔음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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