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취임 1년을 맞는 27일에도 법원에 출석할 예정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관련 105차 공판이 이날 진행된다. 이 회장은 2020년 삼성물산 부당 합병 의혹으로 기소된 지 4년째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1년 전 취임 당일에도 재판을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때문에 별도 취임 행사를 갖지 않았다. 당시 이 회장은 법원 앞에서 짧은 소감으로 취임 인사를 대신했다.
당시 이 회장이 ‘국민에게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이 되겠다는 각오를 다졌지만 이를 매듭지어줄 재판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재용의 뉴 삼성 출발을 위한 마지막 퍼즐이 맞춰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 회장은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됐지만 소송이 장기화하면서 매월 2~3차례 법원에 출석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취임 당일에도 이벤트가 없었지만 1주년 날도 법정 이슈에 조용히 지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취임 후 1년이 지났지만 아직 등기이사로도 복귀하지 못했다. 현재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미등기임원은 이 회장뿐이다.
재계는 ‘JY의 삼성 조직’ ‘JY의 삼성 비전’을 기대하면서 이 회장을 바라보고 있지만 ‘삼성’이라는 공룡 조직을 휘어잡는 강렬한 메시지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나마 다음달 중순께에는 부당 합병 의혹 관련 이 회장에 대한 첫 구형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구형 날짜가 나온 이후부터 재판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검찰과 이 회장 측 입장이 팽팽해 대법원까지 갈 수 있다는 부정적 관측도 양립한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해외 출장이나 국내 사업장 방문 시 인재, 기술 등 경영철학에 근간한 제한적인 메시지만 내놓고 있다”며 “최근처럼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는 신사업 추진이나 인수합병(M&A) 등 시장에 보다 확실하고 구체적인 메시지 전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를 털어내고 본격적인 혁신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과거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이후 그 역할을 일부 이어오고 있는 사업지원TF(TF장 정현호 부회장)도 명칭과 운영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삼성전자 측은 검찰 구형과 함께 1심 재판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 부담도 줄어들기를 바라고 있다. 이를 통해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와 함께 본격적인 ‘JY 삼성’의 색깔을 갖추는 경영 행보가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다.
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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