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공연계에 산재한 여러 문제 중 가장 심각한 사안은 단연 ‘암표’의 성행이다. 암표는 관객의 피해는 물론 공연 기획사와 아티스트의 이미지까지 타격을 준다. 업계 전체가 나서서 암표 거래를 막으려 힘을 모으는 이유다. 그런데 암표신고센터를 운영하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은 관객의 피해와 업계의 고민을 외면하고 있다.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이하 음공협)이 올해 초 회원사(공연기획사) 140여명을 대상으로 ‘암표 및 부정거래’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48.9%가 ‘암표로 인한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피해가 명확함에도 이를 처벌하지 못하는 건 마땅한 죄목이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메크로를 이용해 티켓을 취득하고 웃돈을 얹어 판매하는 것을 명확히 ‘불법’으로 규정할 수 있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규제가 마련되지 않는 이상, 현재로선 ‘제보’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암표신고센터를 운영하는 콘진원은 업계의 암표 근절 노력이 무색하게 신고가 있어도 이를 지켜만 본 것으로 알려져 업계 관계자들에 허탈감을 안겼다. 이는 지난 17일 진행된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콘진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암표 신고는 2020년 359건, 2021년 785건, 2022년 4224건에 달하는 등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2년의 신고 건수는 2020년에 비해 11.7배 증가한 수치다. 갈수록 늘어가는 암표 신고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제대로 조치가 위해진 것은 ‘0건’이었다.
류 의원은 “대중음악공연 분야는 콘진원이, 프로스포츠 분야는 한국프로스포츠협회가 신고센터를 운영 중인데 한국프로스포츠협회는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암표 DB를 구축하여 체계적으로 운영 중”이라며 “이를 각 스포츠 구단과 티켓 예매 업체에 공유해서 자체적으로 블랙을 하는 등 암표를 효과적으로 막고 있는데 콘진원은 사실상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하는 척만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프로스포츠협회는 전문성을 위해 모니터링 용역을 공개입찰 해서 운영하고 있는데 반해 콘진원의 암표신고담당 인원은 1명, 그마저도 대중문화예술종합정보시스템 관리자”라고 지적하면서 “콘진원도 신고센터를 위탁해서 운영하고, 암표 DB를 티켓 예매 업체 등과 공유하는 방안을 고려해보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내년에 암표 관련 조치를 위해 2억가량의 예산이 배정됐다. 이 예산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암표신고센터를 효과적으로 운영할 방안을 찾아달라”고 주문했다.
암표를 척결할 수 있는 법안 마련이 가장 중요한 과제임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그 때까지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콘진원의 방관자적 태도는 결국 암표 문제에 있어서 근절의 의지가 있었던 것인지 자체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사실상 암표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 단체가 아닌 콘진원이 신고센터를 자체적으로 운영, 그마저도 제대로 인력배치도 해놓지 않았다는 것은 그간 업계의 노력을 허탈하게 만드는 행태”라며 “스포츠업계처럼 전문성을 위해 위탁 운영을 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직접적인 피해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크게 보면 공연 콘텐츠가 제대로 대우받고 건강한 문화가 만들어지기 위해선 암표를 없애는 것이 콘진원과 업계의 공통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함께 노력해 공연 문화를 성숙하게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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