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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철이 건네는 ‘너와 나’의 위로 방식 [D: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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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개봉

‘너와 나’로 첫 장편 연출작 개봉을 앞둔 조현철의 손목에는 세월호 사건을 추모하는 노란 팔찌가 채워져 있었다. 2016년 이후 노란 팔찌를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다는 조현철에게 ‘너와 나’라는 영화는 운명 혹은 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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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마음속에 담은 채 꿈결 같은 하루를 보내는 고등학생 세미(박혜수 분)와 하은(김시은 분)의 이야기를 담았다. 여기에는 여고생들의 우정과 사랑 사이를 넘어 2014년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이들의 이야기가 녹아있다. 조현철은 개인적인 경험, 아버지의 죽음, 세월호 참사 등을 겪으며 죽음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고, 이를 영화로 만들어 보고 싶었다.

“어떤 상실이나 쉽게 잊힐 수 있는 죽음들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어요. 영화라는 걸 완성해야지 보다, 주변을 기억하려고 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이 끝을 보고 싶었었던 것 같아요. 또 이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어요. 외할아버지를 본 적이 없지만 의사셨어요.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들을 많이 하셔서 당시 고문을 많이 당하시기도 했죠. 왜 그런 말을 해야 하는 걸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저 또한 외할아버지와 비슷한 감정이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게 아니라, 이 기억이 저를 잡아 끌어당겼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네요.”

‘너와 나’는 조현철의 장편 데뷔작 외에도 학교 폭력 의혹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배우 박혜수의 복귀작으로도 관심받고 있다. 영화를 둘러싼 외적인 이야기와 리스크가 있음에도 조현철은 박혜수를 캐스팅한 이유는 뭘까.

“한 사람을 둘러싸고 수많은 말과 이미지들이 있을 텐데 저희가 미디어나 언론, 글을 통해 한 사람을 다 알 수 없잖아요. 저는 제가 경험한 사람, 이 사람이 내게 보여줬던 모습들을 더 신뢰했어요. 그래서 저나 제작진 모두 흔들리지 않고, 함께 하게 됐죠.”

영화는 세월호 사건을 떠올릴 만한 직접적인 장면은 없다. 한 입 베어 문 사과, 거울, 물에 빠진 공룡 인형, 길 잃은 개, 누군가를 기다리며 두려움에 떨며 모여있는 개들 등 은유적인 표현들로 우리를 2014년의 기억 속으로 데려간다.

“이 소재를 영화적인 스펙터클이나 소재 자체를 이용하는 건 거부감이 들었어요. 그래서 시작할 때부터 은유적이고 보편적인 방식으로 다루고자 했고요. 시간이 지날 수록 세월호 사건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처음에 ‘난 이런 영화를 찍을 거야’라는 말을 했을 땐 바로 사건을 떠올려주고 반응이 왔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시나리오를 보여주면 쉽게 알아채지 못하더라고요. 제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이게 그런 이야기였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죠. 이걸 얼마큼 드러내야 하는지 시간이 흐르면서 실시간으로 계속해서 수정 했습니다.배에 타거나 침몰하는 장면은 보여줘선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렇다고 아예 모르는 척 하기도 싫었고요. 당사자가 내 눈앞에 있는데 눈은 똑바로 못 쳐다보겠고, 말과 위로는 건네고 싶고. 그게 이 영화의 윤리이자 예의였던 것 같아요.”

조현철은 여고생들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담아내기 위해 유튜브나 브이로그 등을 면밀히 관찰했다. 영화과 입시학원에서 강의한 경험도 ‘너와 나’ 시나리오를 쓰는 데 도움이 됐다. 남고생이 아닌 여고생 이야기 즉,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생동감 있게 그리려면 모든 감각을 깨워야 했다.

“남자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많이 거칠고 독특한 면이 있는데 여자 아이들을 떠올렸을 때 조금 더 따뜻하고 다정한 느낌이 들어서 두 아이의 사랑 이야기로 풀었어요. 굳이 남녀가 아니라 여자와 여자의 사랑 이야기는 저에게 보통의 일이 예에요.”

영화에는 반가운 얼굴이 등장한다. 조현철의 절친인 박정민이다. 박정민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조현철이 천재라 연출에서 연기과로 전과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조현철은 오히려 천재는 박정민이라면서 촬영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정민이의 말투는 거의 다 애드리브였어요. 그걸 보면서 정민이는 정말 프로구나 싶었죠. 왜 모든 사람들이 정민이를 좋아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연출자로서 정민이를 화면에 던져놓으면 걱정이 사라지는 느낌이에요. 신인 배우도 많고 현장도 통제해야 할 것들이 많았는데 정민이가 중심을 잘 잡아줬어요. 사실 저도 정민이를 동경했던 면이 있었어요. 서로 의식하면서 경쟁하는 관계는 아니고 좋은 긴장을 주는 관계이지 않나 싶어요.”


조현철이 첫 장편작을 연출하면서 고충을 느낀 건 현장이 아니었다.

“영화 지원 사업에서 다섯 번쯤 떨어진 것 같아요.(웃음) 세상의 거절이 가장 힘들었어요. 연출하는 건 배우, 스태프들이 제가 뭔가를 부탁하지 않아도 애정을 갖고 함께 만들어나가줬기 때문에 어렵지는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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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D.P’에 이어 최근 ‘애마 부인’ 촬영에 한창인 조현철. 배우로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그는 당분간 연기 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2016년부터 품어왔던 ‘너와 나’를 2023년 내놓게 현재, 바로 다음 작품을 이어갈 에너지를 모으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단다. 다만 어떤 이야기가 하고 싶은지는 찾았다.

“최근 한 달 정도 제주도에 다녀왔는데 비단 인간의 죽음 뿐만 아니라 인간이 아닌 종, 숲에 관한 이야기들에 관심이 생겼어요. 4,3사건에 대해서 제주 숲과 엮어나가고 싶은 게 있어요. 구체적으로 나온 건 아니고 머릿 속으로만 돌려보고 있습니다.”

조현철은 ‘너와 나’를 본 관객들이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영화는 우리가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을 되새기며 ‘어떻게 살 것인가’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생각한다면 조금 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란 물음을 제시한다.

“글을 쓰는 와중에 그분들의 삶, 죽음이 제가 위로와 동력이 됐어요. 뭔가를 하게 만드는 힘이 생기더라고요. 제가 대단한 활동가도 아니고 구호를 외칠 수는 없지만 이야기를 하는 사람으로서 계속 생각하고 기억해야겠다고 다시 한 번 새겼습니다.”

CP-2023-0078@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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