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가 아랍권에서 불매 운동에 휘말렸다. 맥도날드 이스라엘 지부가 자국의 군인에게 음식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워싱턴포스트(WP)의 2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맥도날드 이스라엘 지부는 이달 초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는 이스라엘군에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중동 아랍과 이슬람 국가 소비자들의 비난이 빗발쳤고, 맥도날드 이스라엘 지부는 결국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로 돌리기도 했다. 특히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이 가까워지고 이곳에서 발생하는 사망자가 점점 늘어나면서 분노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집트의 유명 온라인 크리에이터 아마드 나기는 영상을 통해 “이 음식점(맥도날드)은 오늘부로 없어져야 한다”며 “이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해당 영상은 130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다른 중동 국가에 있는 맥도날드 가맹점은 이스라엘과 ‘손절’에 나서는 모양새다. 맥도날드는 전 세계적으로 4만개 이상의 체인점을 보유하고 있지만, 각국에서 현지 법인이 소유하고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쿠에이트,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 튀르키예 맥도날드 운영사는 이스라엘 운영사와 관계를 끊었고, 이들 대부분 가자지구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맥도날드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맥도날드가 군인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그들만의 결정이었음을 알린다”며 “맥도날드 본사나 다른 어떤 국가도 이 결정과 직간접적으로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집트, 레바논 등의 가맹점도 유사한 성명을 발표했다.
맥도날드 오만 운영사는 최근 공식 X(구 트위터) 계정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구호 활동에 10만달러(약 1억3500만원)를 기부한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아랍과 이슬람 국가를 악과 증오로부터 보호해달라고 전능하신 신께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문화를 대표하는 맥도날드는 특히 아랍권에서는 ‘미국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진다. 2003년 미국 주도로 이라크 전쟁이 발발했을 때와 2011년 이집트 등에서 ‘아랍의 봄’ 시위가 전개됐을 때 세계 곳곳에서 맥도날드 매장을 공격하는 반전 시위가 열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다만 WP는 “아랍권 일각에서는 맥도날드가 고용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이유로 불매 운동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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