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탕되는 전문가위 보고서, 구체적 제안 없어…시나리오만 24개
구조개혁 방향성만 제시할 듯…내년 총선 뒤에나 논의 속도 날 듯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정부가 오는 29일 국민연금 개혁안을 담은 ‘국민연금 종합 운영계획’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어떤 내용을 담을지 주목된다.
최근 정부 내 전문가위원회인 국민연금재정계산위원회로부터 받은 보고서를 토대로 정부 차원의 개혁안을 확정하는 것인데, 구체적인 모수(숫자) 개혁 방안은 내놓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22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9일 2023년도 제3차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심의한다.
정부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마다 종합운영계획을 국회에 제출해야 하다.
올해는 국민연금 개혁이 정부 3대 개혁 중 하나로 추진되는 만큼 보험료율, 소득대체율(연금 가입기간의 평균 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 등을 어떻게 조정할지 등 구체적인 개혁 방안이 담길 것으로 기대돼 왔다.
다만 이번 종합운영계획에는 모수 개혁 방안 같은 구체적인 개혁안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렇게 예상되는 이유는 정부 개혁안의 밑그림이 될 재정계산위원회의 보고서가 구체적인 제안을 담지 않았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작년 11월 재정계산위원회 등 전문가 위원회를 꾸려 개혁 논의를 진행해왔다. 재정계산위는 지난 19일 복지부에 개혁안이 담긴 최종보고서를 제출했지만, 구체적인 제안을 담지 않은 채 24개에 달하는 시나리오만 제시했다.
재정계산위 보고서는 보험료를 더 내고(보험료율 인상), 더 늦게 받고(지급개시연령 연기), 기금 운용에서 더 높은 수익을 내는(기금수익률 상향), 더 많이 받는(소득대체율 상향) 등 사실상 학계에서 논의되는 모든 내용을 망라했다.
‘2093년까지 적립기금 유지’라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사실상 ‘더 내고 더 늦게 받는’ 방안에 방점을 두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제안 대신 ‘행간을 읽어달라’는 당부만 덧붙였다.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충분히 무르익지 않은 것도 정부가 ‘숫자’가 담긴 개혁안을 내놓은 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개혁 논의는 국회 차원에서도 진행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국회는 작년 10월 연금개혁특위를 출범시켰지만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고, 최근에는 이달 말까지인 활동 기한을 총선 후인 내년 5월 말까지로 늦추기로 했다.
내년 총선이 채 6개월도 남지 않은 가운데, 개혁안을 내놓을 경우 반발이 있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개혁안을 내놓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종합계획에서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 등에 대해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대략적인 구조적 개혁의 방향성 정도만 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도 지난 11일 국정감사에서 단일안 제시 여부에 대해 “장담할 수 없다. (그간) 4번의 계획안에서 한두 번은 방향만 제시했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국회에 종합운영계획을 제출하면 개혁의 공은 국회로 넘어간다. 국회에서 공론화와 입법 절차가 진행돼야 개혁이 이뤄지게 된다.
다만 정부 개혁안이 구체안을 담지 않는다면 국회 논의에서도 속도가 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뜨거운 감자’인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내년 총선이 끝난 뒤에야 속도가 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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