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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직장 내 ‘젠더 감수성’이 부족해 성차별과 젠더 폭력으로 피해를 받는 노동자가 여전히 많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2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4∼11일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젠더 감수성을 조사한 결과, 100점 만점에 73.5점이 나왔다고 밝혔다. 젠더 감수성 지수는 입사부터 퇴사까지 직장에서 겪을 수 있는 주요 성차별 상황을 정리한 20개 문항 가운데 동의하는 정도를 5점 척도로 수치화한 것이다. 이를 통해 점수가 낮을수록 응답자의 직장은 젠더 감수성이 부족한 공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20개 문항 가운데 ‘특정 성별이 상위 관리자급 이상 주요 직책에 압도적으로 많음’(주요직책·58.4점) 항목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서 낮은 점수를 받은 항목은 ▷‘모성(임신·출산·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렵다·60.3점) ▷‘특정 성별을 선호하는 채용’(63.8점) ▷‘임금·노동조건 차이’(64.3점) ▷‘교육·배치·승진 차이’(64.7점) 순이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문항은 성희롱 중 ‘성적 동영상·사진 등을 보거나 주고받는다’(82.8점), ‘성적인 대화나 농담을 한다’(81.8점)였다. 두 항목에 다음으론 ▷‘구애 강요’(81.4점) ▷‘짝짓기’(원치 않는 상대와 사귀라고 하거나 소문을 내는 경우·81.4점) ▷성별을 이유로 한 ‘해고'(80.3)가 등이었다.
비정규직과 저임금 노동자, 중소기업 노동자, 일반 사원, 비사무직 등에서 직장 내 감수성 수준을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직장갑질119눈 일터에서 약자일수록 성차별과 젠더폭력에 더 노출된다고 분석했다.
비정규직은 20개 지표 중 ‘주요직책’을 제외한 19개 지표에서 정규직보다 점수가 낮았다. 평균 점수 차는 6.7점으로 호칭(11.2점 차), 성희롱 중 성적대화(10점) 등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임신·출산·육아휴직 사용(48.5점)이 특히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고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주요직책(50.4점), 성별에 따른 승진 등(60점)의 문제를 더 크게 체감했다.
감수성 지수는 여성 74.9점, 남성 72.5점으로 성별에 따라 큰 차이는 없었다. 다만 ‘모성’ 여성이 남성보다 15.2점 낮은 57.2점을 매겨 큰 차이를 보였다. 남성은 성적 동영상을 주고받는 성희롱(79.2점), 펜스룰(76.5점) 등에서 여성보다 낮은 점수를 줬다.
직장갑질119는 “90점 이상 나와야 정상적 젠더 감수성을 갖춘 일터라고 할 수 있는데 평균 73.5점에 그친 건 우리 일터가 법과 제도로 규율하는 기본 상식조차 지켜지지 않는 성차별·젠더폭력 무법지대라는 것”이라며 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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