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 기조를 공고히 하면서 서울 대치동·목동 학원가에선 입시설명회를 들으러 온 학부모들을 맞느라 분주하다. 경기·인천뿐만 아니라 지방에 있는 학원들도 뒤늦게 설명회 일정을 잡고 있다. 최근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시안’도 발표되자 초·중등 학부모들도 수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19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선 ‘예비 중1’과 ‘예비 고1’을 위한 입시설명회가 열렸다. 통상 연말을 앞두고 이곳에선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입시설명회가 열린다. 최근 입시설명회는 예비 중1이나 예비 고1 모두 의대 진학 방법을 설명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 학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날 B학원에서 열린 예비 고1을 위한 설명회에서도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진학해 의대에 가는 방법이 주제로 다뤄졌다. 입시 컨설턴트 C씨는 “정부가 의대 정원을 크게 늘리는데, 지방·국립대 의대인 것을 주목해야 한다”며 “(그런 곳은) 애매한 성적의 서울 학생보다 지방에서 1~2등 하는 학생을 뽑는다”고 말했다.
자사고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적용받는 고교 내신 평가 체제가 상대평가 5등급이 되면서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종로학원의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학교 2학년 이하 학부모 83%가 대입 제도 개편 시안이 이대로 확정될 경우 “특목·자사고의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한 학부모는 설명회가 끝나고 추가 질문을 이어갔다. 중학교 3학년 자녀를 키우고 있는 그는 걱정스럽게 C씨에게 “(고교학점제 때문에) 우리 아이는 무조건 정시에서 승부를 봐야 하는데, 지방 의대라도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학부모들이 차례로 질문을 하기 위해 줄을 서기도 했다.
목동에 있는 한 입시학원의 ‘초등 의대반’은 정원 6~8명을 기준으로 의대 S반·의대 K반·의대 Y반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달 초 개강해 일주일에 3번, 하루 3시간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인근에 있는 다른 학원 관계자는 “최근 초등 의대반 문의는 서울 전역과 수원이나 동탄 등에서도 온다”고 언급했다.
같은 지역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했던 또 다른 관계자는 “목동 학원에서 의대를 준비하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라면서 “최근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배제에 고교학점제, 의대 정원 확대 얘기까지 나오면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원뿐만 아니라 개인 과외에서도 선행학습은 이어졌다. 수능 입시 커뮤니티에서 수학 과외를 하고 있는 E씨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중학생을 2명 가르치고 있다”며 “모두 고등학교 3학년 과정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의 사교육 과열 근절 대책이 실효성이 있으려면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우리나라처럼 대학의 서열화가 고착화돼 있는 곳에선 사교육은 사라질 수 없다”며 “모든 걸 잘하는 아이들을 원하는 기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림픽처럼 한 종목만 잘해도 되는 교육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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