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나! / 사진=넷플릭스 제공 |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약 450분 동안 수지만 보인다. 예상 가능한 전개, 익숙한 로맨스 구도가 아쉬움을 안겨도 수지가 있기에 모든 게 설명된다.
20일 공개된 9부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두나!'(극본 장유하·연출 이정효)는 평범한 대학생 원준(양세종)이 셰어하우스에서 화려한 아이돌 시절을 뒤로 하고 은퇴한 두나(수지)를 만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 드라마다.
드라마는 셰어하우스 1층에서 외롭게 은둔자 생활을 하고 있는 두나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학생 원준이 2층으로 이사를 온다.
학창 시절부터 모범생에 아픈 엄마와 동생 밖에 모르는 원준. 그는 1층에 살고 있는 두나를 마주치고도 누구인지 알아채지 못한다. 하지만 두나는 원준이 입고 있는 후드티 때문에 사생팬이라 오해한다. 급기야 두나가 원준에게 막말을 퍼붓고, 원준은 억울함에 목소리를 높인다.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의 사이는 빠르게 가까워진다. 일상을 함께하며 묘한 기류도 형성한다. 절대 서로에게 반하지 않겠다고 으름장까지 놓지만, 진주(하영)의 등장으로 감정의 변화를 느낀다.
두나는 보다 적극적으로 변하고 원준은 그런 두나에게 점점 끌린다. 다만, 두나와 원준이 살고 있는 세계는 극명하다. 둘은 ‘선’을 넘어 연인이 될 수 있을까.
이두나! 스틸컷 / 사진=넷플릭스 제공 |
‘이두나’의 외피는 일반적인 청춘 로맨스물과 다르지 않다. 알바를 병행하며 취업준비를 하는 원준, 부모님 반대에도 스스로 자립하려는 진주, 일찍부터 시작한 아이돌 생활로 친구가 없는 두나 등 청춘의 다양한 현실을 보여준다. 여기에 첫사랑과의 재회, 미팅에서 만난 어린 시절 ‘여사친’ 등장 설정은 뻔한 클리셰지만, 주인공들의 사랑을 극대화한다.
은퇴 아이돌인 여주인공과 한 집에서 살고 사랑에 빠지는 소재는 그나마 흥미롭다. 심각한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안고 사는 두나는 늘 공허하고 외롭다. 소속사와의 전속계약 문제까지 괴롭게 하지만, 그를 구원한 건 대학생 원준이다. 판타지스럽지만 한 번쯤 상상해볼 법한 설정은 묘하게 시청자를 끌어당긴다.
이는 그룹 미쓰에이 출신 배우 수지가 두나였기에 가능했다. 수지는 인기 아이돌 두나의 화려한 스타일링부터 평범한 모습까지 모두 ‘화보’처럼 소화한다. 햇살을 받으며 스트레칭을 하는 장면부터 담배를 피우는 모습까지 광고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바람에 살랑이는 머릿결까지 동화처럼 연출해 시선이 멈춘다.
영화 ‘건축학개론’, 쿠팡시리즈 ‘안나’와 확연히 다른 연기톤도 신선하다. 수지는 감정 표현에 솔직하고, 마음에 안 들면 날을 세우는 성격의 두나를 밉지 않게 표현한다. 당당하고 주도적인 모습도 제법 잘 어울린다. 먼저 키스를 하고, 이성을 리드하는 시니컬한 연기는 수지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원준 역으로 분한 배우 양세종은 차분함으로 균형을 맞춘다. 원준은 사랑에 서툴지만 자상함과 진중한 성격으로 감정기복이 있는 두나를 케어한다. 동시에 안정적인 것을 원하지만 두나 앞에선 늘 흔들리는 모습을 애절하게 표현한다.
다만, 주인공들의 사랑이 이루어졌냐를 따져봤을 땐 물음표가 떠오른다. 마지막 회까지 서로를 향한 진심을 털어놓으며 감정이 폭발하지만, 결말은 의문만 남긴다. 드라마틱한 극적 전개나 뼈를 때리는 큰 메시지도 없다. 그럼에도 ‘이두나!’는 수지라는 강점을 지닌다. 아쉬움도 잊게 만드는 수지의 비주얼, 연기는 작품을 보게 하는 이유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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