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부터 4박 6일간의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국빈 방문 일정에 돌입했다. 윤 대통령의 중동 순방은 한국 대통령으로는 최초의 사우디·카타르 국빈 방문이라는 점에서 한·중동 관계가 새 단계로 진입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무엇보다 이번 순방은 중동 분쟁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기회이자, ‘포스트 오일’ 시대를 준비하는 중동 국가들과 경제 협력 영역을 확대하는 ‘중동 2.0’ 외교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윤 대통령은 사우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의 잠재력과 한국의 기술을 결합하면 상호 보완적 협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면서 지금이 양국 관계를 새 단계로 도약시킬 적기라고 강조했다.
사우디 등 중동 산유국들은 탈탄소 시대를 맞아 석유 산업 의존도를 낮추고 신에너지·원전·IT·바이오 등으로 산업 구조를 다각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첨단 제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출 영토를 넓히고 신성장 동력 점화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해야 하는 한국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이번 순방에 건설·인프라, 스마트시티·농업, 방산, 자동차, 첨단 제조,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 등 각 분야에서 139명의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동행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특히 사우디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주도로 신도시 ‘네옴시티’를 짓기 위한 인프라 건설과 제조업 육성 외에도 석유 고갈에 대비한 수소 경제 생태계 구축에 막대한 재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수소 경제에서 경쟁력을 갖춘 한국으로서는 사우디와의 경제 협력을 끌어올릴 여건을 갖춘 셈이다.
막대한 오일 머니를 기반으로 ‘포스트 오일’ 시대에 대비하는 중동 국가들은 경기 위축과 물가 불안, 성장 잠재력 약화로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우리나라가 놓쳐서는 안 되는 중대한 시장이다. 1970년대 중동 건설 특수가 오일 쇼크로 위기에 빠진 우리 경제를 살려내는 기회가 됐듯이 ‘2차 중동 특수’를 경제 재도약의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기업의 첨단 기술력, 과감한 투자와 한 차원 높아진 정부의 정교한 복합 외교력이 모아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시장 다변화 차원에서 중동 시장을 선점하려면 민관 원팀으로 ‘중동 2.0’ 경제 외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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