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임대부주택이 나왔다 하면 두 자릿수 이상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최장 80년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청년들을 중심으로 인기몰이 했다.
다만 흥행 가도를 이어가는 데는 ‘가격 경쟁력’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금도 부가세, 관리비 등을 포함하면 월 임대료 부담이 높은 상황에서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이 더 오르면 핵심 장점이 사라질 수 있어서다.
청년들의 희망? 나왔다 하면 불청약!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최근 진행한 뉴:홈 나눔형(토지임대부주택) 마곡10-2단지 일반공급 사전청약 결과 133.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 강서구 마곡10-2단지는 지하철 5호선 송정역과 마곡역 사이에 위치해 지하철이 도보권이고 초등학교, 중학교 등이 가까워 청약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왔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라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로 최장 80년간 거주할 수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전용면적 59㎡(단일평형 공급)의 추정 건물 분양가는 3억1119만원, 추정 토지임대료는 월 69만7600원이다. 실제 건물 분양가 및 토지임대료는 본청약 입주자모집공고 시점에 결정된다.
국토부 아파트 실거래가 조회시스템에 따르면 인근에 위치한 마곡13단지 힐스테이트마스터 전용 59㎡의 지난달 거래 가격은 10억8500만~11억3000만원이다. 매달 내는 토지임대료를 감안해도 훨씬 저렴한 수준이다.
20~30대 청년층이 유독 뜨겁게 반응하는 이유다. 상대적으로 현금 여력이 부족하고 가점 경쟁력이 낮은 청년들은 토지임대부주택으로 내 집 마련 꿈을 꾸는 모습이다.
게다가 최근 ‘수원 전세사기’ 등 대규모 전세사기가 끊이질 않자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주거 유형을 찾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세 차례 진행된 뉴:홈 토지임대부주택 3곳 모두 특별공급 가운데 청년 특공의 청약 경쟁률이 가장 높았다.
지난 3월 진행한 강동구 고덕강일3단지 토지임대부주택 사전청약 특별공급에서도 청년 특공의 경쟁률이 118.3대 1로 가장 높았고 이어 신혼부부 특공 15대 1, 생애최초 특공 12대 1 순이었다.
이어 6월 고덕강일3단지 2차 사전청약에서도 청년 특공의 청약 경쟁률이 56대 1로 높은 반면 신혼부부 특공은 5대 1, 생애최초 특공은 4대 1에 불과했다.
마곡10-2 일반공급에 앞서 진행된 특별공급 사전청약에서도 청년 특공의 경쟁률이 186.8대 1로 눈에 띄게 높았다. 이어 신혼부부 특공이 23.4대 1, 생애최초 특공이 21.4대 1 이었다.
부가세 10%까지?…’가격 경쟁력’ 얼마나 갈까
다만 토지임대부주택의 열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안갯속이다.
이 주택 유형은 2030 청년들을 중심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가격 경쟁력’이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금처럼 집값, 분양가, 금리 등이 높을 때 각광받는 이유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올해 6월 8억4200만원을 찍고 오르기 시작해 9월 8억5100만원을 기록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지난달 말 기준 서울 민간아파트 분양가격은 3.3㎡(1평)당 32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05% 올랐다. 국민 평형(전용 84㎡)으로 계산하면 10억원이 넘는 수준이다.
이와 반면 토지를 제외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주택은 분양가가 시세의 3분의 1 수준이라 상대적으로 자금 부담이 덜할 수 밖에 없다.
다만 변수도 많다. 지금도 월 토지임대료 부담이 높은 상황에서 향후 금리 인상 등이 맞물리면 임대료가 더 늘어날 수 있다. 토지임대부주택이 자리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이유다.
현재 토지임대부주택의 추정 월 임대료에는 부가가치세가 빠진 금액이다. 가령 마곡 10-2의 경우 토지임대료에 통상 10%의 부가가치세를 붙이면 월 69만7600원에서 76만7360원이 된다.
여기에 관리비와 보증금에 대한 대출 이자까지 포함하면 매달 나가는 돈이 100만원이 훌쩍 넘을 수 있다.
향후 물가 및 금리 인상 등의 요인으로 입주 시점이나 입주 후에 토지임대료가 증액될 여지도 있다. 토지임대부주택은 입주 2년이 지나면 상한 내에서 임대료 증액이 가능하다.
2013년 입주한 서초LH5단지로 입주 2년이 지나자 토지임대료 4.6%를 올린 바 있다.
시세차익이 보장되지 않는 구조적 한계도 여전히 걸림돌이다. 토지임대부주택은 의무거주기간(5년) 이후 LH 등에 환매할 수 있는데 분양대금에 물가인상률,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이자율을 고려해 책정하는 정도로 사실상 매매차익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토지임대부주택은 시장이 불안할 때일수록 인기가 높다”며 “최근 금리가 오르고 집값은 여전히 높아 내 집 마련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 흥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사업을 계속 이어가려면 임대료, 보증금 등을 올려 수익을 보전해야 할텐데 지금도 토지임대료가 만만치 않은 수준이라 가격 경쟁력이 충분히 유지될지 모르겠다”며 “장기 거주 상품인 만큼 수분양자들이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게 부가가치세 등 가격 관련 정보를 명확하게 안내하고 환매 주체 확대 등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