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시민 신혜선 인터뷰 /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신혜선이 ‘K-여성 히어로’로 돌아왔다. 가장 평범한 소시민이, 가장 통쾌한 히어로가 된다.
신혜선의 첫 액션 도전작 ‘용감한 시민'(연출 박진표·제작 스튜디오N)은 불의는 못 본 척, 성질은 없는 척, 주먹은 약한 척 살아온 기간제 교사 소시민(신혜선)이 선을 넘어버린 안하무인 절대권력 한수강(이준영)의 악행을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이야기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특히 ‘용감한 시민’은 개봉 전부터 신혜선의 첫 액션 연기 도전으로 주목받았다. 이에 대해 신혜선은 “액션을 너무 해보고 싶어서 선택했지만, 시나리오에 나오는 시민이가 소화하는 액션양에 비해서 제가 할 건 적다고 생각했다. 가면을 쓰고, 장갑을 끼고, 큰 점퍼를 입으니까 다 제가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나름 부담 없이 감독님께 ‘가면 벗는 거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했는데 액션스쿨에 가니까 가면을 쓰고 하는 액션 합부터 배웠다. 다 기본기가 있어야 할 수 있는 거였는데 제가 오판했었다”고 웃음을 보였다.
용감한 시민 신혜선 인터뷰 /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
무엇보다 소시민은 180도 다리 찢기 하이킥이 시그니처 포즈다. 해당 장면에 대해 신혜선은 “처음 미팅했을 때부터 감독님이 레퍼런스 영상을 보여주시면서 제가 꼭 해야 한다고 부담을 주시더라”고 농담했다. 이어 “다행히 제가 예전 작품에서 발레리나 역할을 하며 다리를 찢어놨었다. 그때 힘들게 훈련해서 다리를 찢어 놓은 걸 붙이기 아쉬워서 조금씩 훈련해서 몸이 굳지 않도록 유지를 했었다”며 “다행히 여기서 잘 써먹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그건 자신 있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신혜선은 ‘용감한 시민’에서 전직 복싱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불의를 보고 참아야 하는 기간제 교사의 현실을 담아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를 삶의 목표로 삼은 소시민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많은 사건들에 대해 철저하게 방관하고, 눈을 감고, 귀를 닫아버린다.
이러한 모습들과 관련해 신혜선은 “초반에 진형이(박정우)가 찾아와서 도와달라고 한 다음에 수강이 엄마가 돌린 떡을 먹으며 방에서 혼자 고민하는 장면이 가장 답답했다”며 “어쩔 수 없이 참아야 하면서도, ‘덤빌까’라는 생각도 들더라. 또, 편의점 장면에서 수강이가 찾아왔을 때도 너무 답답했다. 그때 시민이가 많은 갈등 요소가 있었을 거다. 그래서 각성하고 처음으로 고양이 가면을 쓰게 됐을 때 ‘이제 시원해지나’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불의를 참던 소시민은 학교 폭력 피해자 진형이를 만나며 각성하게 된다. 다만 초반부 소시민과 중반부, 후반부 모두 톤을 다르게 줘야 했기에 이를 연기하는 배우 입장에선 수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신혜선은 “제가 원래 거창한 계획이나 생각을 갖고 연기를 하진 않는다. 제가 촬영한 걸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어쨌든 각성하기 전엔 무언가를 감추고 있었다면, 각성 후엔 본연의 모습이 슬슬 나오기 시작하니까 진솔해진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조금씩 감정이 격해졌고, 조금 더 솔직해지고자 했다. 초반부 시민이는 자신의 목소리조차 내지 못했다면, 각성 이후엔 스스로 본연의 색깔로 가는 느낌이 아니었나 싶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혜선은 “시나리오의 구조가 단순하지만 명확하다. 복잡한 스토리가 아니라 명확하고, 직설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소시민은 어떻게 보면 만화적이라 표현할 수 있게끔 직설적인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성향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단순하게 보여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용감한 시민 신혜선 인터뷰 /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
공교롭게도 ‘용감한 시민’은 현재 학교 폭력과 교권 하락, 학부모 갑질 등이 사회적 문제로 주목받는 시기에 개봉하게 됐다. 이에 일각에선 개봉 시기를 맞춘 것이 아니냐는 반응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신혜선은 “저희가 이 영화를 준비할 때까지만 해도 그런 문제들이 대두되는 시기가 아니라서 (개봉) 시기를 맞춘 것은 아니었다”며 “저희 영화에서 나오는 문제들이 굉장히 예민하고 조심스럽고, 너무나 큰 사회적인 문제들이다. 다만 궁극적으로 영화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자신 안에 있는 용기를 꺼내자는 것이다. 현대에 살고 있는 소시민들이 남들에게 용기를 주는 판타지다. 저는 이 영화가 완전 판타지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신혜선은 “이 영화를 통해서 그나마 판타지로서 대리만족, 대리경험을 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 주제를 표현하고 풀어내는 방식의 배경이 학교인 것뿐, 영화가 강제로 어떤 메시지를 주려고 한다는 것은 조금 부담스럽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이어 “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사회고발이 아니다. 용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너무 가슴 아프지만 (영화가) 정말 판타지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고, 보기 불편한 분들도 있을 수 있다”며 “그래서 수강이에게 서사를 주지 않았다. 판타지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용감한 시민 신혜선 인터뷰 /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
신혜선의 말대로, ‘용감한 시민’에선 빌런 한수강에게 그 어떤 서사도 주지 않았다. 작품 속 한수강은 그저 악(惡) 그 자체다. 그럼에도 법은 그를 지켜준다. 이에 소시민은 한수강의 제안대로 합법적으로 사각 링 위에 올라 그에게 통쾌한 ‘참교육’에 나선다.
해당 장면이 언급되자 신혜선은 “링 위에선 스포츠라고 하니까 서로 동등하게 싸운다는 느낌이 있었다. 시민이의 개인적인 분풀이라기 보단, 훈육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잘못한 놈이 무릎을 꿇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진심으로 사과를 안 해도, 무릎이라도 꿇리고 싶었다”며 “어떤 분들은 ‘콘크리트에 묻어야 되는 거 아니냐’고 하시지만 그건 너무 무섭다. 물론 완전한 권선징악도 좋지만 수강이 때문에 위축돼서 살던 다른 학생들이 같이 한 목소리로 응원하는 장면들을 감독님이 보여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 내가 낸 용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되는 것을 보여주고 싶지 않으셨나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혜선은 “이 작품을 보고 난 뒤 용기를 얻는다는 건 너무 거창한 것 같다. 어떻게 영화를 보고 없던 용기를 얻을 수 있겠냐”며 “다만 관객분들이 즐겁게 보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저도 물론 용기를 얻었어야 했는데, 저한테는 너무 판타지인 것 같다. 저도 조금 더 용감한 사람이 돼보게 노력을 해봐야겠다”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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