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로이터=뉴스1) 강민경 기자 = 4일 중국 베이징의 루이싱커피 매장에서 구이저우 마오타이의 바이주가 함유된 라테가 팔리고 있다. 2023.9.4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체면을 벗어던진 중국 2000년 명주 마오타이의 승부수가 통했다. 비수기인 3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크게 성장하며 코로나19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간 급감했던 시가총액을 회복해 중국 전통 대장주의 자존심을 찾을지 주목된다.
23일 중국 현지언론에 따르면 ‘시진핑의 술’로 통하는 중국 마오타이(茅台, Kweichow Moutai)는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5.7% 늘어난 168억9600만위안(약 3.1조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매출액은 14.0% 늘어난 336억9200만위안(약 6.2조원)이다. 50%의 경이로운 순이익률도 이어갔다.
마오타이의 3분기 개선된 실적은 여러모로 중국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가 크다. 마오타이는 소비재 기업이지만 중국 유수 IT(정보통신)기업들을 시총 면에서 압도하는 중국 증시 대장주다. 홍콩에 상장한 텐센트를 제외하면 여전히 중국 본토 기준 시총 1위다.
그런데 경기 부진과 젊은층의 외면으로 최근 주가가 빠지고 시총은 급감했다. 우려가 컸는데 3분기 실적으로 한 숨 돌리게 됐다. 현지언론이 “실적 축제”라는 표현을 쓸 만도 하다. 마오타이 1~3분기 누적 순이익은 1032억6800만위안(약 19조원)으로 1000억위안을 돌파했고, 누적 매출성장률은 18.5%로 연간 목표 15%를 일단 넘어섰다. 4분기 어지간히만 팔아도 목표는 달성할 상황이다.
더구나 3분기는 마오타이를 포함한 중국 전통 바이주(백주) 비수기다. 1~2분기 각각 20% 이상 성장한 마오타이도 쉬어갈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럼에도 2020년(7.2%), 2021년(10.0%), 2022년(11.8%)을 뛰어넘어 코로나 19 이후 가장 높은 3분기 순익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냥 된게 아니다. 자존심도 다 던지고 총력전을 폈다. 기원전 135년에 한(漢)무제에 진상한 기록이 남아있는 구이저우(貴州) 마오타이는 중국 고급술의 상징이자 중국인들의 자부심이다. 최고가 제품을 기준으로 가격 역시 유명 바이주인 우량예(五粮液, 오량액)의 세 배가 넘지만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간다. 그런 마오타이가 아이스크림, 커피, 초콜릿과 피를 섞은거다.
마오타이는 딩슝쥔(丁雄軍) 회장의 “청년을 잡으라”는 특명 아래 지난해 유제품 기업 멍뉴와 마오타이 아이스크림을 출시해 돌풍을 일으켰다. 올 3분기엔 말 그대로 컬래버(공동사업) 융단 폭격을 했다. 중제1946과 합작해 막대형 아이스크림을 내놓은데 이어 9월에만 중국 최대 커피체인 루이싱과 장향(?香) 카페라테를, 글로벌 초콜릿 브랜드 도브와 마오샤오링(茅小凌) 초콜릿을 연이어 출시했다.
이 제품엔 모두 병당 3000위안(약 55만원)에 달하는 고급 마오타이가 들어갔다. 아이스크림이 6위안(약 1100원), 커피가 7위안, 초콜릿이 17.5위안이다. 아무리 많이 팔려도 마오타이 전체 매출의 1%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무형의 영향력은 막대했다. 전통의 충성고객층 외에도 젊은 층에 마오타이 브랜드가 어필하고 있다. 강력한 브랜드가치(IP)를 젊은 층에도 소구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거다.
판매채널 다변화가 또 다른 증거다. 마오타이는 지난해 3월 전용 판매앱인 ‘i마오타이’를 출시했다. 온라인 주류판매가 금지된 한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i마오타이 3분기 매출은 44억1600만위안(81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늘었다. 반면 이 기간 도매 채널을 통한 매출은 1.5% 성장에 그쳤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젊은 고객들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2000년 역사 마오타이의 변신은 일단 3분기 고객의 선택을 받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낮은 주가다. 한때 2200위안을 넘나들던 마오타이 주가는 1600위안 선에 머물고 있다. 2021년 말 2조5752억위안(약 475조원)이던 시가총액은 지난 20일 기준 2조664억위안(약 381조원)까지 내려왔다. 삼성전자 시총(410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젊은 세대의 술 소비량 자체가 워낙 적다보니 장기 성장성에 대한 의문 부호가 커진다. 와인 등 경쟁 주류의 판매가 늘어나는 가운데 술에 취하는게 ‘쿨하지 않다’고 여기는 젊은층에 어떻게 지속적으로 ‘마오타이=권력과 지위’라는 등식을 대입하느냐가 관건이다. 중국 화신증권은 “중국 전통주의 중추절과 국경절 기간 매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둔화했다는 집계가 전해졌다”며 “춘절(설날) 등 연초에 반등했던 주류 소비 전체가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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