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3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 흐름에 대해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져 유가가 상당기간 높은 수준을 지속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이날 서울 중구 본점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앞서 제출한 업무현황 보고서를 통해 “최근 국제유가는 사우디·러시아의 감산 연장,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수요 둔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 분쟁 사태 등으로 변동성이 커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앞으로의 국제유가 흐름에 대해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만약 중동사태가 빠른 시일 내에 완화될 경우에는 유가 역시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확전 등 상황이 장기화 국면에 돌입할 경우에는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져 유가 역시 상당기간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한은 측은 “주요 예측기관들은 최근 늘어난 이란의 원유수출이 다시 감소할 가능성과 사우디의 감산 완화 시기가 지연될 가능성 등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국제유가에 대한 상방압력이 커질 경우 국내외 인플레이션의 둔화 흐름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향후 사태 추이를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한은은 다만 중동 사태가 국내 금융 및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중동 사태로 위험회피 심리가 다소 강화됐지만 안전자산 선호보다 미 연준의 통화긴축 완화 기대 등으로 미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한은은 이어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이번 사태가 주변국 개입 등으로 확산되지 않는다면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다만 확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앞으로의 전개 상황과 그에 따른 영향을 보다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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