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 ‘푸른 눈의 한국인’ 인요한(64·사진) 연세대 의대 교수가 임명됐다. 인 교수는 4대째 한국에서 선교·의료·교육 활동을 펼친 가문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대한민국 1호 특별귀화자’로 선정된 인물이다. 그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총선 위기론이 제기된 국민의힘 혁신에 전권을 부여받게 됐다. 당 내에선 지도부가 안정과 쇄신의 ‘절충’을 택했다는 평가와 “소나기만 피하자는 식”이란 지적이 동시에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인 교수를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인 교수는 전주에서 태어나 순천에서 자랐으며 한국에 조건없는 사랑을 실천해온 사람”이라며 “스스로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밝히고,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국민의힘에서 전라도 대통령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등 지역주의 해소와 국민 통합에도 깊은 안목과 식견을 가진 분”이라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혁신위 출범을 가닥지은 직후부터 인 교수를 유력 후보군으로 검토했으며, 인 교수는 전날 밤 제안을 최종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요한 혁신위’는 위원 선임 절차를 거쳐 조만간 출범할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위 명칭부터 위원 선임, 혁신 주제 등과 관련해 전권을 쥐게 된다. 김 대표는 “인선 과정에서 권한이나 역할에 대해 어떤 제한을 가하는 조건을 제시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접촉한 분 모두에게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한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당 내 반응은 엇갈린다. 우선 긍정 평가하는 쪽에서는 이번 인선을 안정과 쇄신의 ‘절충안’으로 보고 있다. 온건 성향의 정치권 밖 인물을 임명해 신선한 이미지를 주는 동시에 당 내 갈등으로 번질 요소를 차단했다는 것이다. 영남권의 한 의원은 “인 교수는 우리 당의 주류와 크게 생각이 다르지 않지만, 북한에 대한 지식 등 당이 부족한 부분을 다른 시각에서 채워줄 수 있는 인물”이라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벽안에 사투리를 쓰는 인 교수는 선거 운동에서 국민들에게 호소력을 갖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정치 경험이 전무한 인 교수가 내놓는 혁신안이 현역 의원들에게 실질적 영향력을 갖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당 내부를 잘 모르기 때문에 직책을 잘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도 “진짜 혁신을 하려면 영남권 중진 험지 출마, 윤핵관 불출마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이를 피하기 위해 정치를 모르는 사람을 넣은 것이고, 이건 소나기만 피하자는 것”이라고 봤다.
이밖에 인 교수가 한때 총선 인재영입 대상에 올랐던 점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앞서 인 교수가 세브란스 병원이 있는 서울 서대문갑에 출마할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
김진·신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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