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에 CKD 합작공장 건설…현대차 중동 첫 생산 거점
시장 확대시 아‧중동 권역 핵심 생산지지로 확장 가능성
아세안 시장 공략 위한 인도네시아 공장 이어 신시장 개척 교두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글로벌 영토 확장’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외국계 기업의 무덤’이 된 중국 시장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정상적인 사업이 어려워진 러시아 시장을 대체할 신시장 공략을 위해 아세안과 중동에 잇달아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다.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 3위에 오른 현대차그룹이 ‘기회의 땅’ 아세안과 중동 시장을 발판으로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현대차는 22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페어몬트호텔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CKD(반제품조립) 공장 설립을 위한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는 정의선 회장과 장재훈 현대차 사장이 참석했다.
현대자동차의 중동 지역 내 첫 생산 거점인 이 공장의 생산 규모는 연간 5만대로 크지 않다. 정규 완성차 공장이 아닌 CKD 공장이라는 한계도 있다. 하지만 생산기지 구축 초기 단계에 리스크를 최소화 하는데 유리하다. 현대차의 지분은 30%고 나머지는 PIF가 갖는다. 총 투자액 5억 달러의 상당 부분을 PIF에서 내놓고 현대차는 제품 라이선스와 설비 기술 등을 현물 투자를 통해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일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로서는 국내 공장에서 만든 반제품을 사우디로 수출하는 창구 역할을 현지 합작 공장이 담당한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최종 조립이 현지에서 이뤄지는 만큼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줄 수도 있다.
내년 상반기 착공해 2026년 상반기 양산을 시작하는 합작 공장은 내연기관차뿐 아니라 전기차도 조립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전동화 전환 시대에도 대비한다.
앞으로 사우디 합작 CKD 공장을 전초기지 삼아 중동에서의 브랜드 파워를 높여가다 향후 중동 시장이 더 커지고 현대차 점유율이 확대되면 정규 완성차 공장으로까지 사업을 확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대차그룹은 중동 자동차 시장 규모가 2030년을 전후로 300만대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의 사우디행을 앞두고 중동 시장에서 현대차가 2032년 35만대, 기아는 2030년 21만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중동 시장은 229만대 규모였으며, 현대차는 8만2934대를 판매해 8.0%, 기아는 14만1505대를 판매해 6.2%의 점유율을 각각 기록했다.
중동은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아프리카와 인접해 있다는 점에서 현대차의 중동 시장 전략은 장기적으로 아프리카 시장 개척에도 든든한 밑바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아세안 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3월 인도네이시아에 연간 15만대 생산능력의 완성차 공장을 건설하며 아세안 지역 최초의 생산기지를 구축한 바 있다. 현재 아이오닉 5와 크레타, 싼타페 등이 생산되고 있으며, 향후 연간 25만대까지 생산능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인도네시아를 아세안 시장에 대응하는 전기차 전초기지로 삼는다는 전략 하에 현지에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으로 배터리셀 공장을 건설했다. 지난 2021년 9월 착공해 올해 6월 완공된 ‘HLI그린파워(Hyundai LG Indonesia Green Power)’ 공장은 시험생산을 거쳐 내년부터 배터리셀 양산에 들어간다.
현대차의 아세안과 아‧중동 시장 개척이 본격적으로 성과를 보이면 기존 권역별 경영체제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을 아시아대권역, 미주대권역, 유럽러시아대권역, 인도아중동대권역 등 크게 4개로 나눠 책임경영체제로 관리하고 있다.
아세안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대권역에 속해 있고, 아‧중동은 인도와 묶여 있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현지 기업들의 점유율 확대로 현대차‧기아의 판매가 위축되면서 과거와 같은 높은 점유율 회복을 기대하긴 힘든 상황이다. 아시아대권역의 중심축이 중국에서 아세안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인도아중동대권역 역시 인도 시장이 현대차‧기아의 해외 시장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아‧중동에 자체 생산시설을 갖추고 판매 규모를 늘리게 되면 별도의 대권역 체제로 분리할 필요가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자동차 산업의 약진과 미중 갈등, 러시아의 전쟁 리스크 등을 감안할 때 현대차그룹이 지속성장가능성을 확보하려면 대체 시장 개척이 필수적”이라며 “이미 현대차그룹의 주력 성장동력이 되고 있는 인도시장 외에, 자동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아세안과, 석유 위주의 산업구조를 제조업 분야로 전환하고 있는 중동 시장은 적절한 공략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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