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워싱, 네옴 프로젝트, 화성 탐사선, ISIS까지
세계 정치·경제의 판도를 뒤집는 21세기 중동의 현실
[잡포스트] 신영규 기자 =시공사가 국내 대표 중동 학자가 전하는 생생한 중동의 모습을 담은 ‘최소한의 중동 수업’(1만9,000원)을 출간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슬람 급진주의 무장 조직인 ‘하마스’의 탄생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의 최대 정파인 ‘파타흐’와의 대립을 자세히 다루는 한편, 과거와 달리 프랜차이즈화하는 테러 조직의 특성 등을 함께 소개하면서 테러리즘의 본질과 변화 양상을 상세히 분석한다. 이런 저자의 분석을 통해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갈수록 흉포해지는 예측 불가능한 테러의 발생과 원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
최근 중동 이슬람 세계의 핵심 갈등은 이슬람 문명권 내 수니파와 시아파의 대립이다. 같은 무슬림인 수니파와 시아파 간 대립이 심화되면서 시아파가 다수인 이란의 팽창주의 행보에 맞서고자 2020년 수니파 아랍 국가와 유대 국가인 이스라엘이 아브라함 협정을 맺고 전략적 연대를 조직하기에 이르렀다. 아브라함 연대의 대표 주자인 아랍에미리트에서는 유대교 커뮤니티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대규모의 힌두교 사원도 들어설 예정이다. 또 2011년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가 민주화 시위를 유혈 진압하자 아랍에미리트는 카다피를 응징하려는 나토(NATO)의 ‘오디세이 새벽 작전’에 적극 참여해 미군과 나토 장성으로부터 ‘작은 스파르타’, ‘미국의 오른팔’이라는 별명을 얻기까지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빠르게 변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광폭 변화는 2016년 당시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선포한 개혁 프로젝트 ‘비전 2030’과 함께 시작했다. 2017년 25년 만에 대중 콘서트가 열리고 2018년에는 35년 만에 영화 상영이 재개돼 남녀가 나란히 앉아 함께 즐기는 풍경을 연출했다. 그뿐 아니라 여성의 축구장 입장과 여성 운전도 허용됐으며, 일상에서 시민의 이슬람법 준수를 감독하는 종교 경찰도 거리에서 사라졌다. 2019년에는 수도 리야드에서 BTS 콘서트가 개최돼 주변국 젊은이들의 부러움을 샀다. 공립 초등학교에서 여자 선생님이 3학년 남학생을 가르치고 남자 코치가 10학년 여학생 농구팀을 지도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중동을 바라보던 기존 시선으로는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이런 변화를 이해할 수 없다. 그동안 이스라엘과 다른 중동 이슬람 세계는 물과 기름 같은, 절대로 화합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오늘날의 중동은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무조건적인 대립의 자세를 버리고 실리(實利)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모하고 있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국제정치학자가 큰 틀에서 본 중동의 이야기는 조각조각 순간순간만 바라봐온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과 지식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저자의 연구 노력에 비해 책이 늦게 나왔지만 그만큼 신선하고 새롭다. 함께 읽으면서 ‘이웃 나라’처럼 친근하게 중동을 느껴보자”라며 일독을 권했다.
이세형 채널A 정책기획팀장은 “중동을 ‘이해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춘 ‘최소한의 중동 수업’ 교과서”라며 “어렵고 딱딱한 방식이 아니라 따끈따끈한 이슈를 바탕으로 현실적이면서도 정확한 설명으로 풀어나가는 매력을 지녔다”고 평했다.
이은정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는 “복잡한 중동을 정치학적으로 분석하면서도 알기 쉽고 깊이 있게 설명함으로써 종합적인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며 “박식한 저자는 국제 관계와 국내 정치 구조의 맥락에 대한 설명과 중동 국가와 집단의 다양한 입장 고려, 박진감 있는 발 빠른 전개 등이 크게 눈에 띈다”고 전했다.
오랫동안 ‘중동’을 연구해 온 장지향 박사는 최소한의 중동 수업을 통해 중동 이슬람 세계를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지식을 제공한다. 중동의 역사와 기존 평가뿐 아니라 현재 중동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개혁과 변화의 바람까지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중동 이슬람 세계에 대한 과학적이고 비교·분석적인 저자의 글을 통해 우리는 단편적인 이해에서 벗어나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앎’을 체득할 수 있다.
오늘날 중동 이슬람 세계는 전 세계 변화의 중심에 있다. 그동안 우리와 교류가 있어 왔음에도 여전히 다른 문화보다 중동 이슬람 문화를 상대적으로 어렵고 복잡하고 낯설게 바라본다. 무엇보다 이슬람 문화와 중동의 지정학적 특성 등에 대한 깊이 있는 배움의 기회가 적었던 탓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장지향 박사의 ‘최소한의 중동 수업’은 중동 이슬람 세계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저자 장지향 교수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문학사와 정치학 석사 학위, 미국 텍사스 오스틴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아산서원 교수를 지냈고 현재 아산정책연구원의 중동센터장으로 재직하면서 중동 사회의 변화를 감지하고 우리나라와의 정치·경제·사회적 영향과 관계성을 살피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 산업부, 법무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2018년부터 ‘매일경제신문’에 중동 관련 칼럼을 기고하면서 중동 이슈를 전하고 대중의 이해를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오랜 시간 중동을 연구하고 분석하고 있지만 빠르게 변하는 세계 속에서 늘 새롭고 들여다볼 주제가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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