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셀트리온 임시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국민연금 때문에 망하는 줄 알았다.”
셀트리온그룹 합병 임시주주총회가 열리는 23일 오전. 개장하자마자 급등했던 셀트리온 주가가 돌연 급락하기 시작했다. 바로 국민연금이 투표에서 기권하겠다는 내용을 공시하면서다.
국민연금이 공개적으로 기권 의사를 밝히면서 주총장도 그리고, 종목토론방도 긴장감이 고조됐다. 자세한 맥락을 살펴보면, 국민연금으로선 합병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닌, 수익을 대비한 합리적 선택이었지만, 주총 직전에 터진 소식에 셀트리온 관계자 및 주주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3일 오전 10시 인천 송도에서 각각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합병계약서 승인 안건을 가결시켰다.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흡수하는 형태로, 헬스케어 1주당 셀트리온 0.4492620주가 배정된다.
23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셀트리온 임시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
사실 합병은 무난히 예견된 수순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셀트리온은 시초가부터 전일 대비 700원 상승하며 급등을 예고했다. 이상 기후가 생긴 건 이날 10시 20분께.
국민연금은 그 시간 국내 의결권 행사 내역 공시를 통해 이날 임시주총에서 기권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반대시 사유는 주식매수청구권 확보로 명시했다.
국민연금의 기권 소식은 앞선 주요 의결권 자문기구의 찬성 의견과 배치됐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찬성 권고 의견을 제시했고 한국ESG기준원, 한국ESG연구소 등 국내 자문기관도 두 회사의 합병에 대해 찬성을 권고했다.
국민연금은 셀트리온 지분 7.43%(1087만7643주)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 측에 자신의 보유 주식을 정당한 가격으로 사줄 것을 청구하는 권리를 말한다.
국민연금이 표결에 기권을 결정한 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즉, 합병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닌, 향후 주가 추이에 따라 주가 하락 시 손실을 막기 위해 이를 행사할 권리를 확보하는 차원이다.
각 회사가 제시한 주식매수청구권 기준가는 15만813원(셀트리온), 6만7251원(셀트리온헬스케어)이다.
중요한 건 향후 셀트리온의 주가 추이다. 기준가보다 주가가 크게 낮으면 국민연금이 실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상황은 크게 복잡해진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지분으로만 1조원을 훌쩍 넘기기 때문이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은 앞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1조원을 넘기면 합병을 재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역으로, 주가가 현 수준보다 상승하게 되거나 향후 주가 상승 기대치가 커진다면 국민연금은 물론 일반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도 크게 줄어들 수순이다.
실제 국민연금도 기존 합병 사례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더라도 주가 수준에 따라 판단을 달리한 이력이 있다.
셀트리온 짐펜트라 [셀트리온 제공] |
셀트리온은 이날 램시마 피하주사제형(SC)인 ‘짐펜트라’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최종 허가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 시장 진출 성과가 이어지면서 기대감도 커지는 추세다.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을 통해 유통·판매 구조를 간소화, 원가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현재 70% 수준인 매출원가율이 약 40%까지 낮출 수 있다는 게 셀트리온 측의 전망이다. 두 회사 합병으로 자금력이 높아져 한층 공격적인 대규모 투자 또는 인수합병(M&A)도 가능해진다.
합병을 통해 2024년 매출 3조5000억원, 2030년 매출액 12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게 셀트리온의 목표다.
이날 주총 승인을 거치면서 두 회사는 오는 12월 28일 합병을 완료하게 된다. 합병 회사의 신주상장 예정일은 내년 1월 12일이다.
내년엔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을 추진한다.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까지 마치면 통합 셀트리온 출범이란 숙원 과제를 완료하는 수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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