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 확장’이란 비판에 계열사에 대한 점진적 정리를 약속했던 카카오가 최근 2년 반 동안 실제로는 계열사 수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카카오 주가는 ‘반토막’ 수준에 가까울 정도로 급락했다.
특히,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약속했던 ‘골목상권 철수’마저도 실제로 이행 실적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모양새다.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카카오의 계열사는 총 144개다. 이는 2년 반 이전인 2021년 2월(105개)과 비교하면 37.1%(39개) 증가한 것이다.
2018년 65개였던 카카오의 계열사는 전방위 사업 확장이 본격화하면서 빠르게 증가했다.
사업 영역이 넓어지면서 거대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가 플랫폼 지배력을 남용한다는 비판 여론이 높아졌고, 2021년 국감에 불려 간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골목상권 침해와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지적하는 의원들의 질타에 연신 사과했다.
김 창업자는 당시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사업에는 절대로 진출하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그 부분이 좀 관여돼 있다면 반드시 철수하겠다”고 말했다. 또 김성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4월 “연말까지 30∼40개 계열사가 줄어들 것”이라며 계열사 정리 방침을 밝혔다.
김 의장이 감축을 공언할 당시 138개였던 계열사는 올해 2월(126개)까지 12개 줄어드는 데 그쳤다. 2월 이후에는 증가세로 돌아서 반년 만에 18개 늘었다.
사업 확장으로 인해 계열사 수는 늘어났음에도 카카오 주가는 가파른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1년 2월 1일 8만8516원(수정주가)에 이르렀던 카카오 주가는 지난 8월 31일 종가 기준으로는 45.66%나 하락했다.
이후에도 카카오 주가는 잇단 악재로 인해 약세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20일 카카오 주가는 3만9050원에 장을 마치며 종가 기준 4만원 선이 붕괴됐다. 장 종료 시점 기준으로는 2020년 5월 4일(수정주가 3만7434원) 이후 3년 5개월 만이다.
카카오 주가가 급속도로 떨어지게 된 요인은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의 구속 소식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따르면 카카오 측은 2월 경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전 경쟁 상대방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여억원을 투입해 SM 주식 시세를 하이브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또 특사경은 카카오 측이 SM 주식에 대한 주식대량보유보고 의무(5%룰)도 지키지 않았다고 봤다. 지난 2월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공개매수 기간을 포함해 장내에서 SM 발행 주식 수의 4.91%에 해당하는 116만7400주를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카카오의 ‘골목상권 철수’ 약속 역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김 창업자의 국회 발언 이후 2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철수가 확인된 골목상권 관련 계열사는 카카오모빌리티와 포유키즈 장난감 도매업 2개뿐이다.
강민국 의원은 “카카오는 골목상권 침해 업종 철수나 계열사 감소 공언은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채 수익 극대화만 치중하고 있다”며 “공정위는 카카오 진출 업권별 독과점 실태 조사를 강화하고,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제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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