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1주기를 일주일가량 앞둔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 일대. 박혜원 기자 |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매출은 어느 정도 회복 됐어요. 하지만 가게 인근에서 참사가 일어났던지라 막상 핼러윈데이가 다가오니 트라우마는 여전한 것 같네요. 올해는 영업을 하지 말까도 생각했지만 생업이니 그건 어렵고, 조용히 지나가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일주일가량 앞둔 지난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에서 술집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44)씨는 헤럴드경제와 만나 이 같이 말했다.
오는 31일 핼러윈데이가 다가오고 있지만 주요 번화 상권에선 ‘핼러윈’ 분위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태원 상인들 사이에서는 참사 1주기가 다가오는만큼 올해는 애도 분위기에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이날 찾은 이태원역 일대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참사 직후 침체됐던 상권 분위기와는 달리 주말을 맞아 모임을 갖는 이들이 상점 곳곳에 가득 차 활기찬 모습이었지만, 핼러윈을 반영한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가게마다 호박 등 장식으로 매장을 꾸미거나 각종 이벤트를 안내하던 지난해 핼러윈데이 직전 분위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8년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강모(40)씨는 핼러윈 대신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매장을 꾸며 연말까지 보낼 예정이다. 강씨는 “작년엔 핼러윈데이를 맞아 매장을 꾸미고 맞춤 디저트를 판매하기도 했지만 참사 직후에 모두 철수했다”며 “올해는 사회적 시선이 좋지만은 않을 것 같아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히 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발생 장소 인근에 설치된 추모 공간에서 지난 22일 한 시민이 추모 메시지를 들여다 보고 있다. 박혜원 기자 |
이태원뿐 아니라 홍대, 강남 등 주요 번화상권 상인들의 고민도 이어지고 있다. 참사 발생으로부터 1년 여밖에 지나지 않은만큼 애도 분위기에 동참하겠다는 이들이 대다수다. 마포구에선 최근 홍대 중심 거리에 ‘다중인파 사고 방지를 위해 핼러윈 데이 축제는 금지합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기도 했다. 다만 올해 핼러윈데이에는 이태원이 아닌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매출 문제를 고려하면 관련 이벤트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대 상권에서 인테리어 소품샵을 운영하는 최모(35)씨는 이달 중순부터 핼러윈데이 관련 용품을 최소화해 들여놨다. 최씨는 “워낙에 큰 사고였다보니 사장 입장에서도 그렇고 손님들 입장에서도 보는 것이 유쾌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지만 아예 준비를 안 할 수도 없어 최소화해 준비했다”면서도 “손님들의 심정도 비슷한지 판매가 잘 되고 있지는 않다”고 털어놨다.
어린 연령대가 주로 찾는 매장들은 매출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핼러윈 등 기념일 관련 상품이 매출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주거 밀집지역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해, 부모와 동반한 10대 초반 저연령층이 주로 매장을 찾는다는 이모(30)씨는 “기념일마다 매장을 꾸미는 것이 가게 전략이기도 하지만 올해는 어떻게 할지 눈치를 많이 보고 있다”며 “올해도 아이들이 먼저 ‘해골은 언제 들어오느냐’고 물어오는 탓에 크게는 아니지만 준비를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오는 핼러윈 기간 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홍대, 이태원 일대 내 16개 지역을 인파운집 예상지역으로 선정하고 마포·용산·강남 지역 고밀도 위험 골목길 16개소를 선정해, 오는 27일부터 31일까지 인파밀집 안전대책을 시행할 계획이다. 이 기간 서울 주요 경찰서들은 경계강화 비상근무를 실시하는 한편, 서울 시내 12개 경찰서 620명 및 기동대 등 총 1260명을 취약시간 및 장소에 투입해 안전활동을 강화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