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은 직원들이 해외 출장으로 쌓은 공적 항공 마일리지를 개인이 퇴직할 때 퇴직금처럼 가지고 나가기보다는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기부에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좋은 제안”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23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예산을 통해 적립되는 공적 항공 마일리지가 사적으로 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의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적에 이같이 답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7월까지 퇴직으로 소멸된 한은 공적 항공 마일리지는 1661만7530점에 달한다. 이는 제주도 1661회, 일본·중국 553회, 북미·유럽을 237회 왕복 가능한 수준이다.
한은 직원이 해외 출장 과정에서 쌓인 항공 마일리지를 업무와 관련해 사용하지 않으면 퇴직할 때 개인이 가지고 나갈 수 있는데, 한은에서도 이같은 관행이 굳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에서 항공 마일리지를 가장 많이 가져간 직원은 2021년 5월 퇴직한 A임원(55만3497점)으로, 퇴직 직전 5년 동안 34번의 국외 출장을 나갔지만 업무와 관련해선 단 1점도 사용하지 않았다.
한 의원은 “시행 세칙을 보면 공적 항공 마일리지를 활용해 항공권을 확보하거나 항공기 좌석 등을 상향 조정할 수 있는 경우 이 항공 마일리지를 우선적으로 활용하게 돼 있다”며 “항공 마일리지는 일종의 포인트고 개인별로 적립된다고 하지만 엄연히 한은 예산으로 조정된 만큼 공공성이 강하다.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구매했다면 그만큼 예산 절감 효과를 거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한 의원은 항공 마일리지를 사용할 경우 구매 가능한 좌석이 제한적이어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며, 대신 이를 취약 계층에 대한 기부에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 의원은 “다른 기관을 보니까 전북은 소멸 예정인 49만8000마일리지로 여러 물품을 구매해서 영유아 주거시설, 장애인 복지시설에 기부했고, 경찰청도 사회복지기관에 1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기부했다”며 “(한은은) 발권 기관이란 이유로 기부에 인색한 모습을 보였는데 기부에 나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한은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9억7000만원 상당의 사회기부를 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한은의 당기순이익 대비 연평균 0.007%에 불과하다. 이 총재는 항공 마일리지를 사회 기부에 활용하는 방안과 관련해 “좋은 제안을 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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