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4년 만에 구제역이 재발한 데 이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소 럼피스킨병이 확인되면서 축산물 수출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가축전염병 발생을 막기 위해 중대 방역기준을 위반한 농가의 살처분 보상금을 감액하는 등 자율방역 활성화 대책을 내놨지만 럼피스킨병과 같이 예상치 못한 가축전염병이 농가 수출과 식탁 물가를 위협하는 모양새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달 19일 충남 서산의 한우농가를 시작으로 22일까지 14개 한우·젖소농가에서 럼피스킨병 발생이 확인됐다.
럼피스킨병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구제역과 같은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국내에서 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는 여타 전염병과 달리 럼피스킨병은 모기, 진드기와 같은 흡혈 곤충이 전파하는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폐사율은 10% 미만이지만 발병시 소의 유산이나 불임, 우유 생산량 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나 축산농가에 피해가 크다.
럼피스킨병 발생 직후 방역당국이 발생지역의 축산관련 차량에 대한 이동중지 등 방역에 나섰지만 확산세가 거세다. 23일을 기준으로 확진농가 14곳 외에도 의심 신고가 접수된 3곳이 검사 중인 상황이며 당국도 향후 추가 발생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앞서 5월 재발한 구제역에 이어 럼피스킨병까지 발생하면서 축산농가의 시름이 깊다. 구제역은 올해 5월 10일부터 18일까지 충북 청주시의 한우농장을 시작으로 증평군의 소·염소 농장 등 11곳에서 발생했다. 대규모 확산으로 번지지 않아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당시 우리나라가 구제역 청정국 지위 회복을 한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컸다.
2010년 이전까지 우리나라는 구제역이 단 한번도 발생하지 않은 백신 미접종 청정국이었지만 2010년에서 2011년까지 최악의 구제역 사태를 겪으며 그 지위를 상실했다. 이후 백신 접종이 의무화됐고 2014년 5월에야 구제역 백신 접종 청정국 지위를 회복하게 됐다.
하지만 두달 뒤인 2014년 7월 구제역이 다시 발생하면서 청정국 지위를 상실했고 이후 2019년 1월까지 산발적인 발병이 이어져 왔다. 청정국 지위 회복은 2년 이상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아야 하며 1년간 구제역 바이러스의 전파 흔적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에 따라 정부는 올해 5월 세계동물보건기구(OIE) 총회에서 청정국 지위 회복을 기대했던 상황이다.
하지만 4년 4개월만에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청정국 지위 회복은 다시 2년 이후로 미뤄졌고 지위 회복을 통해 올해 한우 수출을 지난해보다 5배 이상 늘린다는 정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가축전염병은 축산물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구제역을 비롯해 다른 가축전염병이 발생할 경우 다른 나라의 축산물 검역을 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올해 ‘1호 한우 수출계약’을 체결한 말레이시아 건의 경우 수입위생조건상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강원도 홍천에서 생산한 고기라는 점에서 수출이 가능했다. 이어 8월에도 캄보디아와 앞으로 5년간 한우 2000t 규모의 수출 계약을 맺었지만 이번 럼피스킨병 발생이 변수다.
이날 농식품부의 소 럼피스킨병 발생·검출 현황에 따르면 충남 서산의 한우농가에서 시작된 럼피스킨병은 나흘 만에 당진, 평택, 김포, 태안, 음성에서도 확인되면서 광범위한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기온이 크게 내려가면서 흡혈 곤충의 서식이 어려워진 강원 지역으로의 확산 가능성은 낮지만 농장 간 수평 전파 등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태다.
방역당국은 11월 초까지 국내 전제 사육소의 50%에 해당하는 220만회 분량의 백신을 확보해 추가 감염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다음주가 되면 (날씨가 추워져) 흡혈 곤충의 이동거리가 짧아지는 만큼, 전문가들의 의견을 고려했을 때 백신의 수가 부족하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백신 접종 후에도 항체 형성률 검사를 통해 추가 확산을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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