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뉴스1 |
달러당 일본 엔화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50엔 부근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23일 아시아 시장 거래 초반에는 150엔을 넘어서기도 했다. 시장은 미국 장기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미·일 간 금리차 확대로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달러당 엔화 환율은 이날 오전 아시아 시장에서 150.11엔까지 상승하며 엔화 약세를 나타냈다. 이후 옵션 관련 달러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환율은 다시 150엔 아래로 떨어지며 한국시간 기준 오후 1시 도쿄 외환시장에서 149.93~149.94엔을 나타내고 있다.
달러당 엔화 환율은 지난 3일 약 1년 만에 150엔을 넘어선 이후 계속해서 150엔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 20일에도 150.0엔을 기록했었다. 닛케이는 “미국 장기금리(10년물 국채금리)가 16년 만에 5%대까지 오르면서 달러당 엔화 환율은 2주 반 만에 다시 150엔에 도달했다”며 엔화 가치가 다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10년물 국채 수익률(금리)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장중 5%를 웃돌며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재 금리가 4.9%대로 떨어졌지만, 중동 불안 등의 악재가 아직 존재하는 만큼 미국의 높은 금리 수준이 장기화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달러당 엔화 환율이 32년 만에 최고치인 150.9엔을 기록했던 지난해 10월 21일 미·일 장기금리 격차는 4%포인트 미만이었다. 당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2%였다. 하지만 최근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5%를 넘어서면서 양국 간 금리 차이는 4.1%포인트까지 벌어졌다.
23일 오후 1시 기준 달러당 엔화 환율 /사진=블룸버그 |
JP모건증권은 올해 엔화 약세 현상이 일본 외환시장이 열렸을 때보다 해외시장이 열린 시간대에 더 강하게 나타났다며 해외 투자자의 엔 매도 움직임이 엔화 약세를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9월 말까지 달러당 엔화 환율 누적상승률은 각각 해외시간대에 25%, 일본 시간대에 4%로 집계됐다.
시장은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3일 150.16엔까지 치솟았던 달러당 엔화 환율은 147.43엔으로 빠르게 하락했다. 당시 시장에선 일본 정부가 직접 시장에 개입했다는 추측이 나왔지만, 정부 측은 개입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칸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금리 인상과 (시장) 개입은 원칙적으로 과도한 환율 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이다. 과도한 (환율) 변동에 대해 필요한 경우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지만 최근 시장 움직임이 투기적인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9월과 10월 3차례에 걸쳐 9조엔(약 81조2250억원)을 투입하며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블룸버그는 “중동 불안으로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오는 30~31일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회의가 다가오면서 시장이 긴장하고 있다”라고도 전했다. 일본은행은 지난 1년간 두 차례에 걸쳐 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 수정 등을 통해 사실상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상했으나, 통화완화정책 기조는 유지하고 있다. YCC는 중앙은행이 장기금리에 일정한 목표치를 두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채권을 매수·매도하는 정책을 말한다.
이와 관련 닛케이는 앞서 미국 장기채 금리 상승으로 일본은행 관리들이 YCC 정책 조정 여부를 고심 중이라고 보도했다. RBC 블루베이 자산운용은 “일본은행이 이번 달 회의에서 초완화 통화 정책을 조정하고 금리인상을 예고하면, 달러당 엔화 환율은 145엔까지 하락(엔화 가치 상승)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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