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공영방송 BBC 앵커 빅토리아 더비셔와 나프탈리 베넷 전 이스라엘 총리. [X 캡처] |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나프탈리 베넷 전 이스라엘 총리가 영국 BBC와 인터뷰 도중 “하마스 편을 들어주고 있다”며 편향적인 진행을 꼬집었다.
베넷 전 총리는 22일(현지시간) 영국 BBC 앵커 빅토리아 더비셔가 진행하는 아침 정치 프로그램에 출연해 원격으로 화상 인터뷰 중 논쟁을 벌여 인터뷰가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인터뷰에서 앵커는 먼저 제네바 협약을 인용하며 “분쟁 당사자들은 그들의 작전을 적국의 군사 자원을 파괴하거나 약화하는 것에 제한하고. 민간인과 전투원을 구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앵커가 질문을 이어가려는 찰나, 베넷 전 총리는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하는 일이며, 우리가 타격 전에 민간인 대피를 허용하는 이유”라고 답했다.
또 “(하마스는) 아기들을 도살하고, 산 채로 불태우고, 임신한 엄마에게서 아기를 끌어낸 후 그들을 참수했다”며 “이것이 우리가 다루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람되지만 제네바 협약은 모든 국가에 ‘당신은 당신 자신을 방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방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넷 전 총리는 “지난주 이슬라믹 지하드가 가자지구 병원에 로켓을 발사해 폭격을 당했다”며 “BBC는 이스라엘의 소행이라고 보도했으나, 이스라엘이 한 일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알아흘리 아랍 병원의 폭발이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이슬라믹 지하드가 발사한 로켓이 오발 된 결과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미국과 캐나다, 프랑스 등이 이스라엘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반면 BBC는 “아직 폭발 원인을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영상에 포착된 하늘의 섬광과 폭발 양상으로 볼 때 병원에 떨어진 것은 고장 난 로켓일 가능성이 있으며, 이스라엘군의 전형적인 공격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베넷 전 총리는 앵커에게 “당신의 모든 질문은 오직 가자지구 시민들에 관한 것뿐”이라며 “BBC가 가자지구의 편을 들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앵커가 거듭 “사실이 아니다”라며 반박을 시도했으나, 베넷 전 총리는 지난 7일 하마스에 의해 살해된 이스라엘 가족들을 언급하면서 “당신은 이 인터뷰를 시작하면서부터 그 아이들에 대해 한 번도 질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앵커는 다시 가자지구로 납치된 인질 문제로 이야기를 돌리려 했으나, 베넷 전 총리는 “이것이 BBC의 방식”이라며 “BBC는 도덕적 명확성이 부족하다. 지난 한 주 동안 당신들이 한 짓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다만 앵커는 “당신과 인터뷰하기 전에 팔레스타인 정치 원로와 인터뷰했고, 그에게는 이스라엘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에 관해 물었다”고 반박했다. 긴장감이 이어지던 인터뷰는 검은 화면이 등장하면서 돌연 중단됐다.
베넷 전 총리의 지적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대한 BBC의 보도 논조를 두고 감도는 이스라엘 사회의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BBC는 지난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후로 하마스를 ‘테러리스트’가 아닌 ‘무장 세력’으로 표기해왔다. 이에 대해 BBC는 “어느 쪽의 편도 들지 않고 객관성을 유지한다’는 보도 원칙에 따라 이 같은 표현을 쓴다”고 설명했으나, 영국 유대인 커뮤니티에서 비판이 이어지기도 했다.
결국 지난 20일 BBC는 “하마스를 지칭하는 기본 용어로 더는 ‘무장 세력’을 사용하지 않고, ‘영국 정부와 기타 국가에 의해 테러 조직으로 금지된 그룹’으로 묘사하겠다”고 밝혔다. 상황 변화로 인해 ‘무장 세력’ 표현이 더는 정확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한편 팀 데이비 BBC 사장은 오는 25일 보수당 의원들로 구성된 위원회에 소환돼 보도 편향성에 대해 질의를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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