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헤럴드경제 DB]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연금 수급권자를 상대로 대부업을 하고 있지만, 같은 수급자이면서 취약계층인 기초생활수급자는 대부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어 차별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지난 7월 국민인권위가 보건복지부장관에게 국민연금 노후긴급자금 대부 사업(실버론) 대상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국민연금 수급자를 포함하도록 권고한 만큼, 이제라도 국민연금공단이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현재 국민연금은 실버론을 통해 국민연금 수급자에게 전월세자금, 의료비, 장제비 등 용도의 긴급 생활안정자금을 연간 연금 수령액의 2배 이내(최고 1000만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시중보다 낮은 대출이율이 실버론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는데, 2023년 4분기 기준 이자율은 3.74%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7%를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그 외에도 간편하고 빠른 대부 절차, 연금 공제 등 편리한 상환 등의 이유로 인기가 많다.
23일 국민연금공단이 김영주 의원실에 제출한 ‘실버론 대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실버론이 시행된 2012년 5월부터 올해 7월까지 총 9만533명이 4700억원 이상을 대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7000명 이상의 국민연금 수급자가 실버론 혜택을 보고 있다.
문제는 매년 7000~8000명의 연금 수급자들이 실버론을 통해 저렴한 대출 혜택을 받는 것과 달리, 연금 수급자 중 기초생활수급자는 실버론 이용 예외 대상이어서 긴급한 상황에서도 실버론을 이용할 수 없다.
연금을 수급하면서 동시에 기초생활수급자인 사람은 2023년 6월 기준 168,352명에 이른다. 2018년과 비교하면 20%나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렇게 연금을 수급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인 경우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만큼, 실버론 혜택에서 배제되는 대상자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이들이 일반 연금 수급자처럼 실버론을 이용할 수 있다면, 유족연금 수급권자의 경우 실버론 최대 금액인 1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평균 연금 수급액이 35만4000원인 노령연금은 849만 6000원을, 평균 연금 수급액이 26만9000원인 장애연금 수급자는 645만6000원을 저렴한 이자로 대출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은 기초생활수급 여부를 떠나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노후 준비 수단으로 꼭 필요한 제도이다. 따라서 기초생활수급자라도 직장에 다닌다면 사업장가입자 대상이며, 본인이 희망한다면 제외신청을 할 수 있다. 또한 국민연금 지역가입 중에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되더라도 임의가입자로 국민연금 납부가 가능하도록 제도가 설계돼 있다.
국민연금공단 역시 기초생활수급자에게 국민연금을 든든한 노후 수단으로 홍보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실버론 혜택에서는 일반 연금 수급자와 기초생활수급자를 차별하고 있다. 이는 해당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주요 배경이 되고 있다.
실제 생계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민연금에 가입해서 노후를 준비하는 기초생활수급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국민연금을 납부하는 기초생활수급자는 올해 6월 기준, 사업장가입자의 경우 4만7344명, 임의가입자는 8798명에 이른다.
김영주 의원은 “국민연금이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연금 가입을 통해 노후 준비를 권하면서도, 국민연금 수급자를 대상으로 하는 실버론 대출을 기초생활수급자라는 이유로 배제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실버론을 이용하고자 하는 기초생활수급자는 연금 수급자 중에서도 자금 사정이 어려운 분들이다. 급전이 필요할 때 적어도 일반 은행에서 빌리는 것보다는 저렴한 대출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실버론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국민연금 수급자라면 누구나 동등하게 긴급 자금대출인 실버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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