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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국 무량판아파트 427곳을 들여다 봤지만 부실 시공은 단 한 곳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 대상엔 378곳의 민간아파트와 SH·GH공사 등 지자체별 주택도시공사가 발주한 공공아파트 49곳이 포함됐다.
결국 LH가 발주한 단지에서만 부실 시공이 나타난 셈이라 그 책임이 더 커졌다. 공공아파트의 공사비를 낮추기 위해 저렴한 재래식 공법을 주로 사용한 가운데 전관, 부실한 관리 감독 등 종합적인 문제가 작용한 탓으로 분석된다.
막상 열어보니 ‘부실시공, 한 곳도 없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8월3일부터 두 달 간 전국 민간 및 지자체 발주 무량판아파트에 대해 전수 조사한 결과 철근 누락, 콘크리트 강도 미적합 등의 부실 시공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조사 대상은 지자체에서 제출한 총 427개 현장으로 시공 중인 단지 139곳, 2017년 이후 준공 단지 288곳이다.
김효정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이날 국토부에서 관련 백브리핑을 열고 “착공 전인 37곳을 제외한 모든 대상 단지를 도서 검증도 하고 현장 검증도 했다”고 말했다.
조사는 설계도서 검토→현장 점검→국토안전관리원 결과 검증 등 3단계로 진행했다.
먼저 설계도서의 적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전단보강 설계의 적정성 및 전단보강근에 대한 구조계산서와 구조도면의 일치 여부 등을 검토했다.
현장점검에서는 비파괴 검사 장비(슈미트해머, 철근탐지기)로 전단보강근 배근 상태 및 콘크리트 압축강도 등을 측정해 추가적인 보수보강 필요 여부 등을 확인했다.
조사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조사 기관과 함께 해당 지자체 및 국토안전관리원이 조사에 입회했다. 조사 완료 후엔 국토안전관리원이 결과에 대한 검증 절차를 진행했다.
특히 준공 아파트는 원하는 경우 입주민이 직접 입회한 가운데 조사를 실시했다. 준공 288곳 중 121곳(42%)에서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사무소장 등이 입회했다.
조사 결과 시공 중인 현장 1곳에서 설계 도서에 전단보강근 누락이 발견됐으나 착공 전이라 설계 보완 조치를 완료했다. 준공된 아파트 현장에선 전단보강근 누락 등이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2개 현장은 세대 내 조사가 필요했으나 입주민 반대로 실시하지 못했다. 최상층 일부 세대의 천장에만 전단보강근이 필요한 구조로 전체적인 구조 안전에 문제 없다고 국토부는 분석했다.
또 이번 조사에 따른 입주민 비용 부담은 없다고 못 박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공 중인 단지는 원래 시공 단계마다 해야 하는 의무 안전점검에 이번 조사 비용을 포함하기 때문에 추가 공사비 인상이 없고(발주자 부담), 준공 단지는 시공사가 건설사로서 책임으로 비용 부담했기 때문에 입주민 전가는 없다”고 말했다.
준공단지 중 사업주체 및 시공사의 부도·파산 등 사유로 비용 부담이 곤란한 2개 단지는 국토안전관리원이 비용을 부담했다.
그럼 LH는? “재래식 공법·관리 부실 탓”
이번 전수조사를 통해 민간과 지자체 주택도시공사가 발주한 무량판 아파트는 모두 이상 없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유일하게 부실이 드러난 LH의 책임만 더 커졌다.
전수조사 대상은 민간 378곳, 공공 49곳이었다. 공공은 LH(자체 조사 진행)를 제외한 지자체별 주택도시공사가 발주한 공공분양·공공임대주택이 포함됐다.
결국 LH 발주 아파트에서만 문제가 발견된 셈이다. 그 원인으로는 비용 절감을 위해 현장 시공이 복잡한 재래식 공법을 주로 채택했다는 점이 꼽혔다.
김태오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LH는 공사비가 저렴한 재래식 공법을 주로 썼는데, 이는 배근 자체가 상당히 복잡해 시공 관련해 누락될 가능성이 높다”며 “민간은 대체적으로 공장에서 전단보강근이 배근된 구조물을 제작해 현장에 설치하는 형태로 진행해 실패가 나올 확률이 적은데 그게 큰 차이점”이라고 짚었다.
이어 “GH나 SH는 드롭패널을 줘서 구조 보강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공사)했다”며 “기둥하고 바닥판 사이에 조그만한 바닥판을 하나 더 두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관리·감독 부실, 전관 등 LH에서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들도 종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김효정 주택정책관은 “무엇보다 LH가 아파트의 설계, 시공, 관리, 감독에 있어 좀 이상이 있었음을 드러내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은 지자체에서 감리자를 선정하는데 LH는 직접 선정하고 있고 많이 지적된 전관 문제도 있다”며 “이런 것들이 결합되면서 LH가 관리·감독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을 나타내는 결과라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아울러 “LH는 설계와 시공이 굉장히 분절적인 단계로 이뤄지는데 민간아파트는 설계단계부터 그 업체가 선호하는 방식으로 자율 공법 결정된다”며 “업체가 익숙하고 선호하는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하면 오류 가능성도 낮아지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주택 공급의 큰 축을 맡고 있는 LH에 대한 신뢰감 하락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를 위해 LH는 단지 상황에 따라 무량판 대신 라멘구조로 설계를 변경하거나 무량판 공법 채택 시 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토부는 이같은 LH 개선 방안을 비롯해 무량판 구조 기술 검토 확대 등을 담은 건설현장 개선방안을 조만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앞으로 국민이 공동주택에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도록 건설현장 안전강화를 위한 방안을 근본적으로 마련하고 있으며 이른 시일 내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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