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순 케이프투자증권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지급보증 제로, 해외 부동산 제로, 부동산 익스포져(위험노출액) 255억원. 케이프투자증권의 부동산 리스크는 이게 전부입니다.”
임태순 케이프투자증권 대표는 최근 증권업계 최대 리스크로 제기되는 부동산 관련 회사의 리스크 관리 수준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임 대표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프로젝트별로 철저한 사업성 분석을 진행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사업장은 하나도 없다”며 “설사 문제가 된다 하더라도 자기자본(지난해말 기준 2568억원)의 10% 수준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임 대표가 인터뷰에 나선 건 최근 부동산 PF 시장 위기로 인한 중소형 증권사 위기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관리에도 문제가 생겼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부동산 익스포져는 28조4000억원, 대출잔액은 5조5000억원인데 연체율은 17.28%에 달한다. 지난해말(10.38%)보다 연체율이 크게 늘었다. 해외 부동산에서는 공실률이 크게 늘어나며 경제 위기의 뇌관으로 지적된다.
부동산 PF 비중이 높았던 증권사 중에서는 갑작스런 유동성 위기에 계열사를 급하게 매각하는 경우도 있었고 몇몇 중소 증권사는 도산설, 매각설이 끊이지 않았다. 케이프투자증권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해 11월 케이프투자증권은 리서치와 법인영업 조직을 없애며 증권업계 구조조정의 시발점이 됐다. 이후에도 중소 증권사에 대한 신용 리스크는 계속됐다.
임 대표는 지난해 어려운 고비를 잘 넘기고 올해는 회사가 정상화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회사가 보유한 부동산 PF 사업장은 수도권과 지방 등 지역이 다양하고 주로 중·후순위로 있지만 사업성 만큼은 큰 문제 없다”며 “모두 인허가를 끝내고 토지 확보까지 완료한 사업장인 만큼 혹시 문제가 생기더라도 자산 매각 등으로 원리금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도 반등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87억원으로 전년 대비 흑자전환했고 당기순이익은 66억원으로 전년 대비 306.4% 증가했다. PEF(사모펀드)와 신기술사업금융조합 등 운용 중인 펀드에서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면서 부동산 PF 수익 감소를 만회했다.
임 대표는 “몇 년 전부터 투자해 왔던 장기투자 자산들의 성과가 누적돼 왔고 그 중 일부를 차익실현하면서 본격적으로 수익을 실현했다”며 “상반기 엑시트한 주요 펀드의 수익률 평균은 138.3%이며 단일종목으로는 208.0%의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도 있다”고 설명했다.
채권 트레이딩에서도 수익을 냈다. 임 대표는 “채권 트레이딩 전략은 방향성에 베팅하는 것이 아니라 장단기 금리차를 이용한 롱숏전략으로 꾸준히 수익을 내는 것”이라며 “금리 상승기나 하락기 상관 없이 계속 수익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재무건전성도 개선됐다. 지난 6월말 NCR(순자본비율)는 277%로 지난해말(219.3%) 대비 57.7% 개선됐고 레버리지 비율(자기자본 대비 총자산비율)은 같은 기간 790.7%에서 785.7%로 소폭 낮아졌다. 총자산 중 대부분은 안정성이 높은 국채며 고객예탁금 등 무위험차입금을 제외하면 실질 레버리지 비율은 200~300%대로 떨어진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고금리 장기화가 예상되는 만큼 증권사의 사업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케이프투자증권은 그동안 주요 수익원이던 부동산 PF 비중을 줄이는 대신 PEF 운용 등으로 투자수익을 늘리고 LP(펀드 출자자) 참여 등 직접투자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8월말 기준 케이프투자증권의 펀드 운용규모는 4810억원이다.
임 대표는 “중소 증권사라는 점 때문에 회사 경영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조달비용이 올라가고 영업에도 어려움이 있었다”며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킨 이후에 내년에는 적극적인 투자로 수익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임태순 케이프투자증권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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