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정의선 만남 결실로’…삼성SDI, 현대차에 첫 배터리 공급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 그룹 회장이 지난 6월 하노이 한 호텔에서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포럼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만남이 전기차 배터리 동맹으로 결실을 맺었다. 삼성SDI가 처음으로 현대자동차와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고 세계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다. 삼성SDI는 이번 계약을 시작으로 현대차와 전략적 협업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23일 삼성SDI는 오는 2026년부터 2032년까지 현대자동차의 차세대 유럽향 전기차에 들어갈 배터리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규모는 약 50만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번 계약을 통해 삼성SDI는 현대차를 새로운 고객사로 확보하고, 향후 협력 확대 기회를 열어 둠으로써 추가 성장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두 회사는 향후 차세대 배터리 플랫폼 선행 개발 등 협력 관계도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양 사 간 협력을 통해 현대자동차는 각형 배터리를 통한 배터리 폼팩터(형태) 다변화가 가능해졌고, 이는 각형 배터리의 채용을 확대하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했다.

이번 계약으로 삼성SDI는 현대자동차에 개발 중인 6세대 각형 배터리인 P6를 공급하게 된다. P6는 NCA 양극재의 니켈 비중을 91%로 높이고 음극재에 독자적인 실리콘 소재를 적용해 에너지밀도를 극대화한 제품이다. P6는 삼성SDI 헝가리 공장에서 생산해 현대자동차의 유럽 현지 공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번 계약은 지난 2020년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의 회동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정 회장은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해 전기차 배터리 개발·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이 회장과 차세대 배터리 사업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삼성·현대차 두 그룹 총수가 사업 목적으로 만난 것은 처음으로 이 만남 이후 삼성과 현대차의 협력이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많았다.

삼성SDI는 리튬이온 2차 전지를 생산 및 판매하는 에너지솔루션 사업부문과 반도세 및 디스플레이 소재 등을 생산·판매하는 전자재료 사업부를 영위하고 있다. 이 중 매출의 90%가 에너지솔루션 부문에서 나올 정도로 압도적이다.

그간 SDI의 주요 매출처는 BMW,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등이었으나 현대자동차를 신규 거래선으로 확보하는 등 글로벌 주요 완성차 고객을 늘리고 있다.

SDI를 포함해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들은 유력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신규 계약을 늘리고 있어 경쟁은 계속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세계 1위 자동차기업 토요타와 연간 20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대규모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을 선도하는 현대자동차와의 전략적 협력의 첫발을 내디뎠다”면서 “삼성SDI만의 초격차 기술경쟁력, 최고의 품질로 장기적인 협력 확대를 통해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 리더십을 강화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