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러전쟁·탈레반협상에도 가교 역할…”누구와도 대화 하겠다”
팔레스타인 무장 테러단체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구금 중이던 미국인 모녀 인질 2명을 석방하는 과정에서 카타르 정부가 중재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NBC와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현지시간) 공식 텔레그램을 통해 “카타르의 노력에 부응해 알 카삼 여단(하마스 육군부대)이 미국인 모녀 2명을 인도적 이유로 석방했다”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그의 파시스트 행정부가 한 주장이 거짓인 것을 증명하고 싶다”고 석방의 이유를 전했다.
이번에 풀려난 모녀는 미국 시카고 인근 일리노이주 에번스턴 출신의 주디스 라난(59)와 그의 딸 나탈리 라난(17)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 7일 친척 생일 파티와 유대교 명절 참석을 위해 이스라엘 나할오즈 키브츠 마을을 방문했다가 하마스 대원들에게 납치됐다. 이들과 함께 납치된 10여 명의 가족과 친척들은 아직 소재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인질 석방 과정에서 카타르의 중립 외교가 또 한번 빛을 발했다. 카타르는 지난 몇 년 간 전쟁 중인 국가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수차례 담당해왔다. 지난달 16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어린이 인질 4명을 풀어줬을 때도, 2021년 미국이 군대 철수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과 평화 회담을 추진했을 때도 카타르가 중간에서 다리를 놔줬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의 한 외교관은 NBC에 “토론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있었다”며 “(카타르의)외교관들이 하마스의 석방을 설득해서 미국인 모녀가 풀려났다”고 말했다. 미국인 인질 석방 후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작업에 협력해준 카타르 정부와 이스라엘 정부에 감사를 표한다”고 전했다.
런던 글로벌 전략 연구소의 마모운 판디 소장은 카타르가 “위기 상황에서 (카타르가) 외교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들의 외교는 기본적으로 ‘누구에게나 대화의 창이 열려있다’는 태도다. 이것이 중동과 서방 세계를 잇는 주요 역할을 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측 등은 하마스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이들은 이번 인질 협상이 “하마스의 작전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이스라엘 국가 안보 연구소의 엘다디드 샤빗 선임연구원은 NYT에 “이번 인질 석방은 아마도 작전일 것이다”며 “내 생각에는 하마스가 군사 작전과 정치 캠페인을 동시에 하고 있다. 하마스는 인질 협상으로 이스라엘에(지상군 투입 지연 등) 압력을 가하길 바라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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