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KB 이어 27일 신한·NH·하나證
달라진 분위기로 수익성 악화 불가피
불확실성 증대로 4Q 개선도 불투명
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인해 하반기 증권사의 실적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가운데 3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시작된다. 상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실적 선방에 성공했지만 하반기에도 이를 재현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4일 KB증권을 시작으로 27일 신한투자증권·NH투자증권·하나증권 등으로 증권사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진다.
당초 우려보다 선방했던 상반기와 달리 3분기는 분위기가 좋지 않다. 고금리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증시 자금이 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에서의 부동산 리스크도 커지면서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KB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NH투자증권·키움증권·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 등 주요 5개 증권사의 3분기 합산 연결기준 지배주주 순이익이 7146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약 12.8%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4월 말 차액결제거래(CFD) 사태와 지난해 말부터 지속돼 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에 해외 부동산 부실 위험까지 더해졌지만 올 상반기 증권사들이 당초 우려보다는 나은 성적을 낸 것과는 상당히 달라진 분위기다.
CFD 사태로 오너리스크가 빚어진 키움증권이 상반기 영업이익 569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7.36% 증가하며 업계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 삼성증권(5420억원·37.24%↑), NH투자증권(4719억원·49.38%↑), KB증권(4582억원·93.74%↑), 한국투자증권(4467억원·6.63%↑) 등 주요 증권사들의 수치도 모두 늘어난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4분기엔 이러한 그림자가 더욱 짙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긴축 정책 지속에 따른 고금리 기조를 계속 천명하면서 연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사라진지 오래다. 고금리 체제가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증시에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고 증권사들의 실적에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증권 업종은 일반적으로 금리가 상승하면 조달비용 증가 및 투자자산 가치 하락 등으로 인해 실적이 악화된다”며 “특히 부동산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규모가 큰 증권사는 듀레이션과 자본 활용도를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 7∼8월까지 활발히 지속됐던 테마주 장세가 잦아들면서 가까스로 방어해 오던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이 악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간 분쟁으로 촉발된 중동 전쟁 이슈가 증시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연말 산타 랠리(연말 소비 증가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감으로 지수가 반등하는 현상) 기대감은 줄면서 지난해와 같은 하락세로 한 해를 마무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분기 증시 약세로 리테일 비중이 높은 대형사들을 중심으로 수익성 타격이 커질 수 있다.
기업금융(IB) 부문이 고금리로 인한 자금 수요 감소로 타격을 받고 부동산 PF 회복 등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4분기 실적 방어 여지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올해 1조 클럽 가입 증권사가 전무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는 곳은 한국금융지주(1조29억원)이 유일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마저도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증시가 호황이었던 지난 2021년에는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키움증권·NH투자증권 등 5개사나 1조클럽에 이름을 올렸지만 지난해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1조원을 넘긴 메리츠증권(1조925억원)이 유일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3분기에는 그나마 테마주 장세로 증시에 활력이 있었지만 4분기에는 이마저도 사라진 분위기”라며 “올 초 만해도 연말쯤 업황이 개선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했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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