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신혜선은 용감하다. 한 장르에 국한되거나 한계를 정해놓지 않고, 로코(로맨틱 코미디)퀸부터 스릴러, 액션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올해만 해도 드라마 ‘이번 생도 잘 부탁해’, 영화 ‘타겟’, ‘용감한 시민’으로 대중들을 만났다. 별명도 다양하다. ‘어쩔티비 누나’에 최근엔 ‘주당’ 닉네임까지 붙었다. 천의 얼굴이란 얘기다.
평소 사랑스럽고 통쾌한 캐릭터로 가슴 뻥 뚫리는 시원함을 보여줬던 신혜선은 ‘용감한 시민’에서 소시민을 맡아 일종의 판타지를 보여준다. 현실에서는 쉬이 이뤄질 수 없는 권선징악을 보여주는 신혜선을 보며 우리는 묘한 카타르시스를 얻을지도 모른다. 배우 신혜선을 지치지 않고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내가 이런 느낌을 낼 수 있네라는 것도 연구해보고 싶다”라는 신혜선. 이것이 대중들이 신혜선을 자꾸만 보고 싶어 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영화 ‘용감한 시민’은 불의는 못 본 척, 성질은 없는 척, 주먹은 약한 척 살아온 기간제 교사 소시민(신혜선)이 선을 넘어버린 안하무인 절대권력 한수강(이준영)의 악행을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이야기. 배우 신혜선은 불의를 봐도 성질 죽이 살아온 소시민 역을 맡았다.
최근 대두된 교권 침해와 학교 폭력 이슈에 관해 시의성 있게 담아낸 ‘용감한 시민’. 하지만 촬영 당시에 염두하고 찍은 것은 아니었다는 신혜선은 “설정상 선생님과 학교에서 일어났던 이야기지만, 선을 넘는 사람들과 용감하지 못했던 나라는 생각이었다. 물론 학폭 장면이 보시는 분들에 있어서 불쾌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다. 어떤 사회적인 고발을 하려는 영화보다는 우리 영화가 판타지라고 생각한다. 주제적으로는 내 안에 가진 용기를 꺼내 본다는 느낌이었다”라고 답했다.
신혜선은 현실 세계에서는 쉽게 일어날 수 없는 일종의 판타지를 구현한다는 점에서 ‘용감한 시민’의 시나리오를 선택했다고. 그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캐릭터적인 것이나 장르적인 것에 아직은 국한을 두고 싶지 않다. 흥망성쇠를 떠나서 인간 신혜선이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액션을 해본 적이 없었고, 로망이 있었다. 빌런 한수강도 어떠한 서사가 없는 것이 좋았다”라고 이야기했다.
극 중에서 신혜선이 연기한 ‘소시민’ 캐릭터는 빌런 한수강의 극악무도한 행동에 분노 게이지가 쌓여가다가 결국에는 불의를 참지 못하고 폭발한다.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묻자 신혜선은 “(불의를 보는 상황에서) 나라면 참을 것 같다. 시민이처럼 깡다구가 있는 사람도 아니고 뼈도 약하다. 그래서 판타지다웠다”라고 솔직하게 설명했다.
피도 눈물도 없는 한수강을 연기한 이준영은 그야말로 ‘나쁜 놈’으로 러닝타임 내내 분노를 유발한다. 이준영표 악역을 눈 앞에서 본 신혜선은 현장에서 겪은 이준영에 대한 비하인드를 털어놨다. 신혜선은 “준영은 되게 착한 친구고 마음도 여리다. (현장에서) 특히 김밥 신을 찍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더라. 화면 나온 것을 보니까 ‘이 자식 봐라’라고 생각했다. 매력적인 배우인 것 같다. 실제 성격이 어떻듯, 진심으로 많이 힘들어했다. 현장에서는 너무 악랄하게 해서 너무 잘한 것 같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체를 숨기기 위해 고양이 탈을 쓰고 악역 한수강과 혈투를 벌이는 신혜선은 액션 스쿨에서 몸을 단련하며 장면을 준비했다고. 신혜선은 “꽤 오랜 시간 동안 액션 스쿨에 갇혀있었다. 몸치이고 운동을 했던 사람이 아니라서 기술 하나를 익히는 데도 엄청나게 오래 걸렸다. 시나리오 안에서는 복싱 유망주고 복싱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나”라고 준비 과정을 전했다.
이어 영화 촬영이 끝나고도 취미로 복싱하느냐는 질문에 “바로 그만뒀다. 촬영이 끝남과 동시에 즉시 중단했다. 돌려차기 등의 훈련을 했는데, 신기하게 하다 보니 되더라. 그게 좀 아깝더라. 그래서 태권도를 배워볼까 했지만, 생각만 하고 그만뒀다”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후반부, 소시민은 한수강에게 응징하며 막혀있던 답답함을 뻥 뚫리게 만드는 장면을 연출한다. 일종의 훈육을 보여주는 느낌이었다는 신혜선은 “수강이를 때리는 것이 ‘내 용감함을 꺼내 보겠다’는 느낌이었다. 이 친구한테 사과받는 것이 목적이었다. 무릎을 꿇리고 싶었던 것 같다. 수강이 진심으로 무릎을 꿇은 것이 아니더라도 진형에게는 그것 또한 큰 위로였을 거다”라고 말했다.
2013년, 드라마 ‘학교 2013’으로 데뷔해 올해 10주년을 맞은 신혜선은 드라마 ‘이번 생도 잘 부탁해’, 영화 ‘타겟’, ‘용감한 시민’까지 열심히 일하는 한 해를 보냈다. 2023년이 어떤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냐고 묻자 “일하고 있는 내 얼굴을 많이 볼 수 있던 해였던 것 같다. 반성도 많이 할 것 같고, 또 역으로 더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질 것 같다”라고 한 해를 돌아봤다.
평소 통쾌하고 유쾌한 캐릭터로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신혜선은 아직도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는 중이라고. 신혜선은 “아직은 내가 어떤 연기를 제일 잘하는지는 모르겠다. 다양한 것을 해보고 싶다. 내가 이런 느낌을 낼 수 있네라는 것도 연구해보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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