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향해 “기획재정부가 한국은행의 돈을 자기 마음대로 빌려다 쓰는 것 같다”고 질타했다.
정 의원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국은행 대상 국정감사에서 “올해 8월까지 기재부의 한국은행 일시차입금이 113조6000억원이고, 이자가 1492억원이다. 지난 2021년 대비 6배로 늘어났다”며 “기재부가 일시 차입금을 자기 주머니 돈처럼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일시차입금이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당해 회계연도 내에 일시적인 현금부족을 메우기 위해 한국은행으로부터 차입하는 자금을 말한다.
정 의원은 “정부는 내년에도 올해처럼 차입금을 가져가려고 일반회계에 이자 3492억원을 미리 편성해 놨다”며 “올해처럼 한은으로부터 언제든 마음대로 가져가겠다는 걸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이 일시차입금은 조달 원칙이 있다”며 “한은을 통한 일시차입금 증가는 통화량의 증가와 같은 효과를 나타내서 물가 상승을 야기하고, 이는 한은의 통화신용정책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국회 입법조사처는 2011년 발간한 ‘재정자금 일시차입금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서 “일시차입금의 증가는 물가와 자산가격에 강한 상승압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역시 2010년 ‘한국은행 기관운영감사’에서 대정부 대출이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정 의원은 “이런 지적 때문에 2016년 ‘국고금 관리법’이 개정돼 ‘기재부 장관은 우선적으로 재정 증권의 발행을 통한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된다”며 “자금이 부족할 때 일시차입금 보다는 재정증권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한은에 차입을 하려면 충분한 협의를 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확인해 보니 문서로 남은 것도 없었다”며 “일시차입금 제도를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개선책은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