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보드] |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이번에도 작전 세력은 ‘빚투’(빚내서 투자)’를 노렸다. 중견 제지업체인 영풍제지 주가가 최근 1년간 시세 조종으로 10배 넘게 오르는 사이 증권사에 자금을 빌려주는 한국증권금융(이하 한증금)의 지분율도 7%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작전 세력이 ‘빚투’ 허용 기준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키움증권 계좌를 시세 조종 창구로 활용한 만큼 키움증권발 대출 물량도 상당할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한증금은 영풍제지에 대해 총 3번의 지분공시를 했다. 첫 공시는 지난해 12월 14일로, 한증금이 보유한 지분율이 4.91%에서 5.1%를 넘어서면서다. 영풍제지가 1993년 상장한 이래로 한증금이 주요주주(지분율 5% 이상)로 등극한 건 작년 말이 처음이라는 뜻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주가조작 세력은 약 1년간 120여 개의 계좌를 동원해 매일 조금씩 영풍제지의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들은 고객에게 돈을 빌려줄 때, 자기자금을 활용하거나 통상 한증금에서 대출을 받아 제공한다.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가 증권사 대출을 통해 주식을 매수하더라도 담보권을 보유한 한증금이 주주 명부에 등재된다. 한증금의 종목별 5% 지분 공시 흐름을 쫓다보면 빚투가 폭증한 시점을 가늠해볼 수 있다. 실제 올 들어 무더기 하한가 사태 등에 휘말린 종목들은 한증금이 최초 5% 지분 공시한 후 지속적으로 지분율이 높아지는 패턴을 보여왔다.
특히 영풍제지의 경우, 주가가 올랐을 때 상환했다가 주가가 내리면 다시 빚투 물량을 늘리는 흐름도 포착됐다. 올 1월 18일(28만3886주), 2월 8일(24만816주), 2월 24일(22만5093주) 순으로 담보 물량이 추가됐다. 첫 공시 직전 2.31%에 그쳤던 지분율은 8.7%까지 불어났다. 세 거래일의 평균 종가는 약 1만5273원으로 올해 고점(5만4200원) 대비 28% 수준에 그친다.
3월 말 주가가 2만5000원선을 돌파하자 담보 물량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난 3월 31일과 4월 6일에 각각 23만5751주와 39만4460주가 감소했다. 당시 주가는 연초 들어 2배 넘게 뛰면서 상당한 시세 차익을 챙기면서 상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무상증자로 신주식을 취득하면서 현재 보유 주식 수는 361만534주, 지분율은 7.4%를 나타내고 있다.
증권가에선 키움증권발 주문이 상당 수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키움증권의 영풍제지 미수거래 증거금률은 40%로 타 증권사보다 낮게 설정되면서 대거 악용됐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이번 주가 조작 세력이 영풍제지 모기업인 대양금속과 연결됐을 가능성도 따져보고 있는데, 한증금의 대양금속 지분율 역시 올 들어 처음으로 7%대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앞서 지난 4월 증시를 강타한 ‘라덕연 일당 주가조작 사태’ 때 급락한 종목 중에도 한증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 상당수였다. 당시(지분 변동 최종 공시일 기준) 한국증권금융은 세방(7.27%) 다우데이타(6.38%) 삼천리(6.12%) 선광(6.03%) 다올투자증권(5.07%) 대성홀딩스(5.01%) 등에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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