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사천에 추진 중인 우주항공청 설치와 관련해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우주항공청 연내 설립이 사실상 불발됐다. 여당은 이번 정기국회 중 우주항공청 특별법을 통과시킨다는 입장이었지만, 우주항공청의 연구개발(R&D) 기능 포함 여부를 놓고 여야가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연내 개청이 불투명해졌다.
23일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경남도와 사천시와 함께 국회 의원회관에서 ‘우주항공청 조기 개청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는 국회에서 공전 중인 우주항공청 특별법의 신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우주항공청 설립 당위성과 조속한 개청의 필요성을 알리려는 취지로 마련됐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서면으로 한 축사에서 “우주항공청 특별법안이 국회에서 발목 잡혀 안타깝다”며 “국가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더 이상 늦추지 않고 대승적 결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민주당에 협조를 당부했다.
앞서 오전에도 국민의힘 이달곤 최형두 강민국 의원, 하영제 무소속 의원 등 경남지역 국회의원들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주항공청의 조속한 설치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우주항공청법을 함께 통과시키고 대전 연구개발 특화지구, 전남 발사체 특화지구, 경남 위성 특화지구로 이루어진 우주산업 클러스터 삼각 체제를 ‘우주항공청 설치’로 완성하자”며 민주당에 협조를 요청했다.
이들은 “특별법 안건조정위 만료일이 23일인데 민주당 소속 안건조정위원장은 19일 자 보도자료를 내고 ‘안조위가 최종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한 채 종료되는 것은 유감’이라느니 ‘안조위가 종료된다고 하더라도 무원칙한 속도전보다는 국가 우주 대계를 위한 기관 설립’이라는 등 대한민국 우주의 미래를 볼모로 침대 축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야는 지난 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추석 연휴 전까지 우주항공청 특별법을 심의할 예정이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해 미뤄졌다. 지난 5일 열린 4차 안조위에서 일부 협의안이 나왔지만, 우주항공청의 R&D 수행 여부를 놓고 또다시 평행선을 달렸다. 정부·여당은 우주항공청이 직접 R&D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기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나 한국천문연구원과의 업무 중복을 주장하며 총괄 기능만 두자는 입장이다. 항우연, 천문연을 우주항공청 바깥에 놓은 채로 우주항공청이 직접 R&D 과제를 수행하게 되면 R&D를 이중으로 수행하는 옥상옥, 비효율이 초래한다는 설명이다.
이날 과방위원장인 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대전시청을 방문, 기자들과 만나 “우주항공청의 기능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입지에 대해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위원회에서는 우주항공청을 과기부 소속 외청으로 하고, 연구개발(R&D) 과제나 우주 임무를 기획·설계할 수 있지만 직접적 R&D는 하지 않는다고 합의했다”며 “현재 항우연·천문연 등을 중심으로 구축된 우주항공 관련 연구클러스터를 해체하지 않는 조건 등에 토를 다는 의원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합의 문안을 구체적으로 작성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여당에서 우주항공청에 연구개발 기능이 없으면 안 된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합의가 깨졌다”며 “대한민국의 우주항공 역량을 오히려 훼손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해 항우연과 천문연, 카이스트 등 연구·교육 기능을 갖춘 대전을 배제하고 우주 산업클러스터를 지정한다고 했을 때부터 항공 R&D 등을 모두 대통령 공약사항이던 경남 사천으로 들고 가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된다”며 “본질적으로는 입지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우주항공청 특별법을 다룰 과방위 안조위 활동은 이날로 종료된다. 그러나 여야가 이날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법안은 다시 과방위의 법안심사소위원회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법안심사소위에서 여야가 추가 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연내 우주항공청 설립은 불투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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