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보드] |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올 상반기 국내 증시를 주도한 2차전지 관련주 주가가 큰 폭의 주가 조정을 겪으면서 ‘빚투(빚내서 투자)’도 다소 사그라드는 분위기다. 개인투자자들의 수급이 집중됐던 포스코그룹주와 에코프로그룹주의 신용융자잔고는 이달 들어 1200억원 넘게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에 투자자들은 내년 반등 전망이 나온 삼성전자와 국내 바이오테크 기업을 눈여겨보면서 빚투를 이동시키는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를 포함한 포스코그룹주 6곳의 신용융자잔고는 1조2884억원으로 이달 들어 815억1700만원이 줄어들었다. 에코프로를 비롯한 에코프로그룹주 3곳의 신용융자잔고는 4599억5900만원으로 지난달 말 대비 434억원이 빠졌다. 두 그룹주에서만 줄어든 빚투만 1250억원에 달했다. 포스코DX(103억원)를 제외한 8개 종목 모두 적게는 21억원에서 많게는 454억원까지 신용융자잔고가 감소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변제를 마치지 않은 금액으로, 이 잔고가 늘었다는 것은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증가했다는 의미다. 특히 지난 3~4월 국내 증시에 바람을 일으켰던 2차전지주 열풍이 불면서 에코프로·포스코그룹주에 신용거래융자를 이용해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개인투자자들이 급증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2차전지 주가 하락세가 지속되자 투자자들도 상환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코그룹주의 빚투도 일제히 줄어들고 있다. 포스코홀딩스의 신용융자잔고는 이달 들어 454억원 감소했다. 이 기간 포스코홀딩스의 주가는 15.7% 떨어졌다. 양극재 업체인 포스코퓨처엠(옛 포스코케미칼)의 신용잔고는 314억원 줄어들었다. 이 밖에도 포스코인터내셔널(87억원), 포스코엠텍(42억원), 포스코스틸리온(21억원) 순으로 감소 폭이 컸다. 같은 기간 이들의 주가는 최소 13.9%에서 19.8%까지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에코프로 형제는 빚투뿐만 아니라 매수세도 꺾이고 있다. 이달 들어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의 신용융자잔고는 각각 48억원, 317억원 감소했다. 이 기간 개인투자자들은 에코프로를 1293억원어치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개인투자자들은 올 상반기에만 1조9144억원어치 순매수하며 11만원대였던 주가를 150만원대까지 끌어올린 주역이었다. 하지만 황제주에서 내려간 9월을 기점으로 갖고 있던 매물을 정리하는 기조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에코프로의 주가는 지난달 말 90만1000원에서 현재 70만원대로 16% 넘게 떨어진 상태다.
시장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2차전지 기업들엔 OEM사의 동향이 중요한데, 내년도 전기차(EV) 수요 둔화를 우려한 생산 모델 및 생산량 목표 지연 등이 이어지고 있다”며 “2024년은 미국 대선에서의 트럼프 당선 가능성, 중국의 보복조치로 인한 원재료 조달 등 다양한 불확실성에 노출된 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차전지에서 탈출한 빚투 투심은 바이오주와 국내 대장주 삼성전자를 향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달 빚투가 가장 많이 늘어난 코스피 종목 10위권에 국내 바이오 테크 기업들이 잇따라 이름을 올렸다. 유한양행(1위·268억원), 한올바이오파마(2위·114억원), 광동제약(7위·43억원) 등이다.
바이오주는 고금리 장기화에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주가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저가 매수 시점으로 보고 ‘빚투’ 물량을 늘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최근 6만원대를 찍은 삼성전자의 신용융자도 이달 들어 64억5800만원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제약지수는 올해 초 수준으로 회귀, 코스닥 의약품 지수는 연초 대비 13% 하락했다. 불안한 대외환경과 금리인상 장기화로 단기 모멘텀에 집착하는 분위기”라며 “저평가와 탄탄한 실적 보유한 업체에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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