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충북서도 발생…전국 무더기 확산 우려
의심신고도 잇따라…살처분 1000마리 넘었다
정황근 “럼피스킨병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
백신접종 후 3주 뒤 살처분 범위 축소 검토
사흘 전 국내 축산농장에서 처음 나온 소 바이러스성 질병인 ‘럼피스킨병’ 확진 사례가 총 17건으로 늘어났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소 럼피스킨병 발생·검출 현황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확진 사례는 17건으로 파악됐다.
지난 20일 국내에서 처음 확인된 후 전날까지 사흘간 경기와 충남에서 모두 10건 보고됐다. 이날 추가로 7건이 확인돼 감염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날 확진 사례는 경기 김포시 한우농장과 경기 평택시 젖소 농장, 경기 화성시 한우·젖소 농장 충남 서산·당진시 한우농장, 충북 음성군 한우농장 등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까지 경기, 충남 소재 농장에서만 확진 사례가 나왔으나 이날 처음 충북에서도 발생이 보고됐다.
방역당국은 관련 의심사례 4건에 대해서도 검사를 진행 중이다.
전국 축산농가 비상…2019년부터 아시아 확산
럼피스킨병은 모기 등 흡혈 곤충에 의해 소만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고열과 지름 2∼5㎝의 피부 결절(단단한 혹)이 나타난다.
또 우유 생산량이 줄고, 소의 유산, 불임 등도 나타나 확산할 경우 농장의 경제적 피해가 클 수 있다.
국내에선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폐사율은 10% 이하로 알려졌다. 사람에게 전염되지는 않는다.
지난 1929년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처음 발생한 럼피스킨병은 2013년부터는 동유럽·러시아 등으로 확산했다. 2019년부터는 아시아 국가로도 퍼진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께 서해안 항구를 통해 바이러스를 품은 매개곤충이 유입되면서 럼피스킨병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황근 “확진 사례는 더 늘어날 것”…살처분 100% 보장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확진 사례와 관련 “확진 사례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이날 추후 살처분 범위 축소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정 장관은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백신 정책을 추진 중이니 3주 정도가 지난 뒤에 증상이 발현된 개체만 처분하는 쪽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백신 항체가 형성할 때까지 3주가 걸린다”며 “그때까지는 상당히 많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3주는 백신 접종 뒤 항체가 생길 때까지 걸리는 기간이다.
현재 정부는 럼피스킨병이 발생한 농장에서 사육 중인 소는 모두 살처분하고 있다.
정 장관은 “전염력이 강해 세계적으로 처분 방법은 유사하다”며 “농장 단위에서 살처분하지 않으면 주변으로 퍼져 나갈 위험이 크고, 유통망으로도 퍼져 나갈 수 있어 최소한의 살처분 범위가 현재는 농장이라고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럼피스킨병은 구제역과 달라서 농가에 책임을 물을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살처분에 대해 100% 보상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후 김정희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 오후 개회 직후 국감장을 나섰다. 럼피스킨병 현장대응을 위해서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살처분 대상 소는 1075마리로 집계됐다.
축산 농가 피해 초읽기…한우 가격 상승 우려도
국내 농가에서 주로 기르는 한우와 젖소 홀스타인은 모두 럼피스킨병에 취약한 종으로 알려졌다. 확산 범위에 따라 농가 피해가 더 불어날 수 있다.
이밖에도 다음 달 1일 한우의날 행사를 앞두고 각 농가는 판매행사를 준비해 왔으나, 전염병 확산으로 행사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또 럼피스킨병이 발생한 나라의 경우 살아있는 소와 축산물 수출이 제한될 수 있다.
럼피스킨병 확산 시 국내산 소고기 공급량이 감소해 값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날 경우 소비자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방역 조치로 수급 불안, 공급 부족 등이 생겨 일시적으로 축산물 값이 상승할 수도 있다. 지난 5월 구제역 발생 당시 방역 조치가 강화되자 1등급 한우 고기 도매가격이 열흘 만에 약 9% 올랐다.
위기 경보 ‘심각’ …방역당국, 긴급 백신 접종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1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방자치단체 등과 긴밀히 협력해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른 발생농장 사육 소 살처분, 이동통제, 검사·소독 등 초동 방역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앞서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한 뒤 차단 방역에 나서고 있다.
럼피스킨병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지난 20일부터 농림축산식품부, 행정안전부, 농림축산검역본부 등 관계기관, 지방자치단체와 회의를 열고 위기 경보를 상향 조정했다.
럼피스킨병 위기 경보는 주변국에서 발생했을 때는 ‘관심’, 국내에서 의심 사례가 발생했을 때는 ‘주의’, 국내에서 발생이 확인된 경우 ‘심각’으로 각각 조정된다.
중수본은 초동방역팀과 역학조사반을 파견해 럼피스킨병 발생 농장의 출입을 통제하고 긴급 방역을 하고 있다.
또한, 확산 위험 지역인 경기·인천·충남 축산시설 종사자와 차량 등에 내린 일시 이동 중지 명령을 오는 24일 오후 2시까지 48시간 연장했다.
아울러 이달 말까지 방역대 내 농장에서 사육 중인 소에게 백신을 접종하고, 접종 후 항체가 형성될 때까지 약 3주간 방역도 강화하기로 했다.
중수본은 지난해 백신 54만 마리 분을 도입했다. 이어 다음 달 초까지 백신 170만 마리 분을 추가 도입한다. 경기, 충남권 농장에서 사육하는 소 120만여 마리에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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