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잘 들여다 봐야 해”, “반성하게 된다” 묵직한 울림을 전하는 실화극이 관객들을 찾는다. 17년이 지난 후에야 많은 이들의 반성과 노력 끝에 무죄를 받을 수 있었던, 가슴 아픈 사건이 ‘소년들’ 속에서 펼쳐진다. 그리고 설경구, 유준상, 진경 등 연기 잘하는 배우들의 폭발적 열연이 더욱 진한 여운을 남긴다.
23일 오후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소년들'(감독 정지영)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현장에는 정지영 감독, 배우 설경구, 유준상, 진경, 허성태, 염혜란이 참석했다.
‘소년들’은 지방 소읍의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치사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소년들과 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형사,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사건 실화극이다.
‘소년들’은 영화 ‘남부군’, ‘하얀 전쟁’, ‘부러진 화살’, ‘블랙머니’ 등 대한민국 사회의 이면을 조명해온 ‘한국영화계의 명장’이자 올해 데뷔 40주년을 맞은 정지영 감독의 신작이다.
대한민국 대표 연기파 배우 설경구가 우리슈퍼 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완주서 수사반장 황준철 역을 맡아 진심 어린 열연으로 극에 무게감을 더했다. 유준상은 우리슈퍼 사건의 범인으로 ‘소년들’을 검거한 전북청 수사계장 최우성을 진경은 우리슈퍼 사건으로 사망한 할머니의 딸이자 유일한 목격자 윤미숙을 연기했다.
또 허성태는 완주서에서 유일하게 황준철을 믿고 따르는 후배 형사 박정규 역을, 염혜란은 재수사에 몰두한 ‘황준철’이 못마땅하지만 지지해 주는 아내 김경미 역을 맡았다. 여기에 조진웅, 서인국, 배유람, 김동영, 유수빈, 하도권, 이호철 등이 출연해 뜨거운 연기 시너지를 보여준다.
1999년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바탕으로 극화한 ‘소년들’은 법정 실화극 ‘부러진 화살'(2012), 금융범죄 실화극 ‘블랙머니'(2019)를 잇는 이른바 실화극 3부작이다. 삼례나라슈퍼 사건은 1999년 일어난 강도살인 사건으로, 무고한 세 소년이 경찰의 폭행과 강압 수사로 인해 실형을 받게 됐다. 그리고 이 세 소년은 17년이 지난 후에야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영화는 “이 사건과 관련히 처벌 받은 경찰, 검찰은 없었다”라고 전했다.
이날 정지영 감독은 “많이 알려진 사건이고 이런 일이 있었구나 하면서 지나갔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했다”라며 “우리도 그 세 소년이 감옥을 가는데 무의식적으로 동조한 것은 아닌가 잘 들여다보자는 생각이었다”라고 말했다.
“해당 사건을 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알고 있었다”라고 말한 설경구는 “당시엔 분노하고 화냈지만 흘려보냈던 것 같다. 반성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황반장은 이 사건과 무관한 인물이다. 약천오거리 진범을 찾았던 황반장님을 빌려온 캐릭터다”라며 “이 캐릭터를 통해 이 사건을 제대로 봤으면 하는 마음이었다”라고 전했다. 실화 바탕의 작품에 많이 출연했던 설경구는 “실화의 강렬함 때문에 많이 끌리는 것 같다. 책임감도 많이 생긴다”라고 고백했다.
또 설경구는 “책을 받기 전에 사석에서 감독님을 뵙고 강철중 같은 형사 한번 하자는 말에 그냥 하시는 말인 줄 알고 같이 하자는 얘기를 했다”라며 “그런데 일주일 만에 책을 보냈셨다. 그 땐 ‘고발’이라는 제목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철중 같은 캐릭터가 ‘공공의 적’ 이후 많이 들어와서 많이 밀어냈는데, 이번엔 정리된 강철중인 것 같다. 일도 체계가 있다”라며 “극 중 현재인 17년 후 황준철의 모습이 저에게는 더 중요했다. 과거와 현재가 계속 교차되니까 몸과 마음이 지쳐있고 술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갭을 보여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촬영했다”라고 덧붙였다.
유준상은 “마지막에 소년들에게 손가락질 하면서 나가는 것이 아직 기억에 남아있다. 저의 모습으로 돌아와서 되게 많이 자책하고 괴로워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라며 “그 인물이 왜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을까, 인물에 대한 저 나름의 꾸짖음이었다”라고 전했다.
또 그는 “하지만 연기하는 동안에는 정확한 명분을 찾아야 했다”라며 “악의 화신이나 악의 축이 아니기 때문에, 이 사람이 변해가는 것이 악행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여드리고 싶었다. 나는 아무렇지 않다 생각하면서 연기했다”라고 밝혔다.
“부끄럽게도 해당 사건에 대해 대충 알고 있었다”라고 말한 염혜란은 “99년도에 일어난 사건이라는 것에 엄청 놀랐다. 제가 대학교 졸업할 때인데, 민주화가 되고 억울한 일이 없어지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편하게 대학 생활을 할 때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다”라고 고백했다.
설경구과 부부 호흡을 맞춘 염혜란은 “제가 요즘 흥행 요정으로 불린다. ‘소년들’도 흥행이 되면 행복하겠다”라는 바람을 전한 뒤 “좋아하는 설경구 배우와 호흡이 많아서 기쁘다. 선배님과 호흡하는 것이 너무 떨리고 부담이 되어서 제대로 못한 것 같다. 다시 만나면 더 잘할 것 같고, 스무번은 더 만나야 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진경 역시 설경구에 대한 존경어린 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이상하게 설경구 선배님과 작품에서 많이 만나게 되더라. ‘감시자들’도 그렇고 ‘야차’도 함께 했는데, 제일 좋아하는 영화배우다”라며 “설경구 선배님은 존재만으로도 화면을 꽉 채워주신다. 작업하면서 많이 배우고, 티키타카가 잘 맞아가는 시간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또 “염혜란 배우는 연극 때부터 오래 알아서 눈빛만 봐도 신뢰감 쌓인다. 이건 유준상 배우도 마찬가지다. 현장에서 합이 잘 맞았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배우들은 정지영 감독에 대해 “진정한 소년”, “수평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설경구는 “제가 작업한 감독님 중 가장 나이가 많은데 진정한 소년이고, 배우들과 직접 소통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유준상은 “가방을 메고 걸어다니며 사람들을 관찰하고 행복해한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저희 엄마와 동갑인데 아빠같은 마음이 들다가 어떨 때는 친구로 대해주신다”라며 “이런 분과 작업하는 건 행복하구나를 알게 됐고, 감독님의 모든 것을 응원하게 됐다. 통화할 때마다 행복하다. 좋은 어른, 좋은 동료, 좋은 친구가 바로 감독님이다”라고 애정을 듬뿍 전했다.
마지막으로 정지영 감독은 “내가 캐스팅을 잘했지만 이 사람들도 잘하네 생각이 들어서 흐뭇하다”라고 배우들의 열연에 만족감과 자신감을 전했다.
‘소년들’은 11월 1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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